이미지 크게보기켜켜이 쌓인 폐차 한때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재산목록 1호 자리를 지켰던 자동차들이 폐차장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마지막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후차량 폐차를 유도하면서 올해 폐차되는 차량의 수는 부쩍 늘었다.

사람들이 운송수단으로 바퀴를 발명하고 그 바퀴를 스스로 굴러가게 만들기까지는 실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생산기술이 발전하면서 성능 좋고 보기에도 멋진 자동차들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수십년 전, 부자들이나 타고 다니는 사치품이었던 자가용은 이젠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다.

때로는 여가용으로, 때로는 생계용으로, 또 때로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사회활동에 이용되면서 자동차의 속도와 편리함은 우리들의 생활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꿔놓았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도 연간 생산량이 수백만대에 달해 한국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 생산대국이 되었다.

한번 만들어지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타는 자동차는 보통 이동 가능한 재산 중 제일 중요한 재산 목록일 것이다.

이렇게 아끼며 타고 다니다 정까지 들었던 우리 자동차가 그 쓰임을 다 마치면 어떻게 될까….

갓 출고되어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제 주인의 가슴을 설레게까지 했던 자동차들은 늙고 병든 짐승처럼 폐차장에 쌓여 마지막 처분을 기다린다.

쓸 만한 부속은 먼저 수습되고 다시 재활용 가능한 자재들은 따로 챙긴다.

더 이상 쓸 곳이 없어 남은 차체는 납작하게 찌그러져 고철이 된다. 그 고철들은 다시 용광로에 들어가 다른 모습의 쇠붙이가 될 것이다.

한때 사랑받다 아무 미련없이 폐기되는 차들을 보니 마치 그들이 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평생 주인을 위해 일하다가 마지막 죽어서는 그 고기와 뼈까지 다 바치는 우직한 소.

이들 자동차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이 황량한 폐차장에서 종말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인간의 거대한 욕망처럼 쌓여있는 자동차 부속들 속에서 그들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가슴 한구석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사진·글 =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수명 다한 부속들 쇠로 된 부속들은 그 모양이나 재질에 따라 제각기 분류되어 쌓인다. 그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에 대부분 포클레인이나 지게차로 다룬다.

이미지 크게보기엔진은 고철로 폐차장 직원이 엔진룸에서 따로 빼낸 엔진을 한곳에 모으고 있다. 자동차의 심장역할을 했던 엔진도 오일 등 유해물질을 빼낸 후 고철로 활용된다.

이미지 크게보기종잇장처럼… 부속을 다 빼낸 자동차 차체는 무게 300t의 압착기에 납작하게 찌부러져 고철이 된다. 압착기는 여러 대의 자동차를 켜켜이 짓눌러 커다란 쇳덩이를 만든다.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