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노조 전임자 급여를 대부분 조합이 자체 부담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 경비를 지원할 경우 부당 노동행위로 규정, 법으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노조 전임자 임금이 전액 조합비에서 지급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노조들이 회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임금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노조전임자가 노동조합이 아닌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13년간이나 끌어오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담은 노동조합법이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돼야 한다는 경영계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제도 시행 2개월을 앞두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복수노조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계는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에 노조 전임자의 특권화, 권력화, 노사관계 악화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최근 성명에서 “노조 전임자 지위의 특권화와 권력화는 종종 노조 내부의 비리와 노조 간부들의 부패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지난 수년간 조합비 유용 등 노조 공금을 횡령하거나 채용 등 특정 명목으로 노조간부가 금품을 받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전임자의 특권화는 노동운동의 본질을 왜곡시키면서 노조전임자 지위쟁취가 노동운동의 목표로 변질되는 현상마저 낳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수가 7만여명에 이르는 현대차의 경우 노조 내부 전임자가 82명, 금속노조와 민노총 파견이 16명, 임시상근자 119명이며 이들에게 급여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137억원에 달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 지부장에게 2700㏄급 그랜저TG를, 5명의 지회장에게는 쏘나타를 제공하며, 월 300~600ℓ의 유류비도 지급하고 있다.

현대차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임단협 때 연월차 휴가수당 및 연장 근로수당 외에도 출퇴근 시간 등의 면제, 전임자 특별수당, 노조 전임자에 대해 차량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라는 요구에 부딪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위해 노사정위는 지난해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를 설치했다.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 공익위원은 타임 - 오프제(Time-off제 = 전임자 임금 원칙적 금지, 사안별 시간 전임 인정)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내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타임-오프제가 채택된다면 사실상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향후 인정업무의 대상, 범위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노사갈등이 야기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