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도심과 성곽의 ‘불꽃놀이’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부근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숙정문으로 이어진 성곽 뒤로 서울시내의 가을저녁 모습이 펼쳐져 있다.

# 제주도는 올레길, 지리산은 둘레길, 서울에는 성곽 순례길

올해 초 걷기 열풍이 불면서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에는 바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인생의 여유와 느림의 의미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굳이 차를 타거나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놀며’ ‘쉬며’ ‘걸으며’ 여행할 수 있는 곳이 우리 바로 옆에 있다. 도심의 빌딩 건너편으로 600여년의 시간을 간직한 성벽과 긴 시간 함께하며 곧게 뻗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있는 곳! 마치 ‘비밀의 정원’과 같은 장소가 바로 18.2㎞의 서울 성곽 순례길이다.

“서울 도심에 이런 길도 있었네요! 차량 경적 소리에 매연에 정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울창한 숲과 역사적 풍취도 느끼며 고즈넉이 걷는 길이 있다니 놀랍네요!” 주말을 맞아 직장동료 두 명과 함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문에서 성곽종주를 시작한 김정욱(40세·회사원)씨 입에서 연방 감탄사가 나왔다. 창의문(서울 종로구 부암동) 성곽 복원과 함께 만든 청운공원 정자에서 선선하게 부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다리쉼을 하던 이들은 북악스카이웨이 길 옆으로 만든 오솔길로 걸음을 옮기며 자신만의 순례길을 이어갔다.

# 도심산책의 즐거운 재발견, 성곽 종단 여행

서울 성곽 순례길은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으로 이어지는 18.2㎞의 성곽 둘레를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를 느낄 수 있게 만든 길이다.

보통 4구간으로 나누는데 1구간 남산코스는 숭례문에서 N서울타워를 거쳐 장충체육관까지며 2구간인 낙산코스는 동대문인 흥인지문에서 시작해 낙산을 지나 혜화문까지 이른다. 3구간은 북악산코스로 종주 코스 중 가장 힘들지만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손꼽힌다. 혜화동성당 맞은편의 혜화문에서 시작해 숙정문을 거쳐 종로구 부암동의 창의문까지 걷는데 청와대와 인접한 군사보호지역인 관계로 신분증을 가지고 출입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600년 옛 서울의 지명인 한양의 도읍지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권(?)에 불편한 마음은 금세 사라진다. 특히 곡장(‘굽은 담’이라는 뜻)에 올라서면 경복궁과 함께 세종로의 세종대왕상 그리고 이순신상을 일직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4구간인 인왕산코스는 창의문에서 시작해 인왕산을 넘어 숭례문까지 걷는 코스인데 인왕산 정상에서는 서울 시내를 360도 각도로 내려다볼 수 있다. 각 코스는 5, 6㎞ 정도로 도보로 3, 4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서울 성곽은 70% 정도가 복원됐고 계속 복원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서울성곽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글=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아이들의 놀이터 창의문에서 숭례문으로 향하는 구간에 소실된 성곽을 복원하면서 만든 월암근린공원에서 유치원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하늘 오르는 계단? 창의문에서 숙정문으로 향하는 구간에 있는 45도 정도 경사의 성곽 계단을 탐방객들이 오르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발 아래 주택들 혜화문에서 숙정문에 이르는 구간에 있는 와룡공원 성곽길 아래로 단독주택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그림자 산책? 북악산 코스에 위치한 와룡공원 성곽길의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비상구 ‘암문’ 성곽의 비상시 출입을 위해 만들었던 암문.

이미지 크게보기성곽을 따라… 서울 종로구 교남동 성곽길로 한 시민이 저녁산책을 즐기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때 축성한 부분과 현재 복원한 부분이 확연히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