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있다더니 끝내 이 소식이었던가/삼천리 바다와 산악도 찡그리네./전순(？？C)의 하늘 취한 지 오래인데/부질없이 푸른 하늘 향해 울부짖고자 하네.／참새들 어두운 대낮에 시끄럽게 지저귀는데/하얀 밤에 날아온 학 울고 있더니/정(情)을 다하여 독왕(獨往)을 이룩했으매/어찌 죽은 후 이름이야 상관하랴?／북경 한 여관에서 다시 만났던 밤/잠시 등촉 불을 함께 하였지./어찌 일찍이 다시 만날 것을 의심했으랴/그때 자세히 보기조차 하지 못했네.”

일제강점기 법률가이자 한학자였던 변영만(1889∼1954)이 1936년 3월7일자 동아일보에 게재한 한시 ‘단재(신채호)를 애도하며 지은 시’(억단재·憶丹齋)다. 20세기 전반 근대 매체에 발표된 한시(漢詩)를 수집하고 교감해 한 책으로 묶은 자료집이 출간됐다.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은 최근 ‘식민지시기 한시자료집’(사진)을 출간했다.

이희목(한문학)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 김찬기(문예창작) 한경대 교수, 김유경 연세대 강사, 한영균·김진균(이상 성균관대 인문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씨 등이 편자로 참여한 책은 1910년 8월30일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 신문과 잡지에 공간된 한시를 일목요연하게 수집·정리해 놓았다.

자료집에는 식민지시대 근대 매체 250여 종 중 한시가 게재되지 않은 200여 종을 제외한 45종의 매체에 수록된 1만9000여 수의 한시, 158만여 자가 수집·정리돼 있다.

이 교수는 간행사에서 “한국 한문학 연구의 하한선을 20세기 중반까지 확장해 근대 한문학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개척하는 데 이 자료집이 일조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