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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도 한자리에 모일 수 없는 가족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빈자리 때문에 가슴이 더욱 아릿해집니다. 타지에서 열심히 제 몫을 해내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자식들이 제때 밥은 챙겨 먹는지, 혹시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지 늘 걱정스러운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자식은 명절때조차 생활에 얽매여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한 게 죄송스럽습니다. 휴대전화 한 통이면 전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구석구석과 통화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편리함 때문에 편지쓰기는 어느새 우리 생활에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멀리 떨어진 가족에게 편지 한 통에 사랑을 듬뿍 담아 보내보면 어떨는지요.

To 사랑하는 아빠

아빠도 서울에서 이 가을을 느끼고 있나요? 아름답고 청명한 가을,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때가 왔어요. 벌써 추석이네요. 종종 서울을 생각해요. 음악을 하느라 소녀 때부터 고국을 떠나 살다 보니 미국식 사고와 철학을 지닌 채 성장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고국과 고국의 음식, 고국의 문화를 사랑한답니다. 결코 우리에게서 사라지지 않을 마음이에요.

요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주여행을 다니느라 바쁘답니다. 우리 모두 아빠, 엄마가 저희들에게 음악이라는 세상을 열어주고, 미국과 한국이라는 두 나라의 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게 성장시켜 주신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런 지면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추석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음악이 아니었다면 없었겠죠? 고국에 계신 우리 팬들도 모두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음악으로 세상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하고 평화로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보고 싶은 아빠. 추석을 맞아 아빠의 건강도 더 좋아지고 사업도 지금보다 더 잘될 수 있기를 저희가 기도할게요.
뉴욕에서

“꿈에 너희를 보았구나… 건강 챙기렴”

To 사랑하는 내 딸들

어젯밤 꿈에 너희들과 네 엄마를 보았단다. 지금은 어디에 있니. 너희들이 연주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아빠도 팬들처럼 웹사이트에서 스케줄을 파악하는구나.

이제 한국은 미국 추수감사절처럼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추석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편지로나마 그리운 마음을 달래자꾸나. 너희들을 못본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해 1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크리스마스 콘서트 이후로는 못 봤으니 말이다. 콘서트를 마치고 너희들이 내 조그만 아파트에 찾아왔던 게 생각난다. 지난해 5월도 떠오르는구나. 아메리칸 북페어에 참석하려고 뉴욕에 갔을 때 너희는 독일로 연주여행을 떠나 있었고 아빠는 루시아 아파트에 머물렀지. 그때 아빠가 남긴 메모가 기억나니? 냉장고에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자들이 너무 많기에 걱정이 되어 전부 치우라고 써두었지. 요즘 들어 지난날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단다. 내 주변의 모든 상황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그 중에서도 너희들의 음악적 성공, 너희들과 너희 엄마의 건강에 특히 감사한다. 서울에서 아빠<안광용 진명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