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 처리된 미디어 관련 3개법(신문법·방송법·IP TV법)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극한 대치 상황을 이어온 여야가 처음으로 ‘장외’에서 맞붙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대심판정에서 민주당이 김형오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대한 공개 변론을 가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헌재 판단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쥐게 되느냐의 갈림길에 선 만큼 이날 공개변론에서 한치의 양보 없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방송법 재투표의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와 대리 투표 등 처리 절차의 위법성 여부다. 민주당은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의원 145명이 참여한 1차 투표가 출석 미달로 부결됐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을 대리하고 있는 김갑배 변호사는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방송법 수정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하고 투표 종료선언까지 했으나 국회 재적 과반수인 148명에 미달한 145명만이 표결에 참석한 채 투표가 종료됐기 때문에 방송법은 부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결된 안건은 일사부재의 원칙상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는데도 이 부의장이 재투표를 통해 가결을 선포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박재승 변호사도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법안을 직권상정해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의장측 대리인인 김치중 변호사 등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들은 “1차 표결은 의결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재적 과반수가 출석해 ‘부결’된 안건을 다시 발의하는 경우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 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한편 헌재는 양측 입장이 팽팽한 만큼 충분한 심리를 위해 이례적으로 한번 더 공개변론을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