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책 협의하는 유가족들 ‘9·6 임진강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와 보상문제와 관련해 유족과 수자원공사의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 연천군 왕징면 복지회관에서 유가족들이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연천 = 김동훈기자

“고의적으로 댐을 방류한 북한과, 잘못을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책임을 미루는 수자원공사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빨리 장례를 치러 고인들이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오전 임진강수난사고 수습대책본부가 있는 경기 연천군 왕징면사무소 주민복지회관 2층에는 희생자 유족들이 식사도 거른 채 탈진상태로 찬 바닥에 누워있거나 비통한 모습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유족들은 북한이 댐을 의도적으로 방류하고 수자원공사와 군부대 과실이 드러난 지금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는 데 대해 분노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시신이 연천의료원에 안치된 데 대해 고통스러워했다.

남편 이경주씨와 아들 용택(10)군을 잃은 아내 김선미(38)씨는 “아직도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데 북한이 댐을 고의로 방류했다니 현실인지 꿈인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물속에서 추워떨고 있던 시신을 찾으니 이제 또 냉동실에 보관해놓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데 희생자들이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히 조치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여자 혼자 살아남은 두 딸들을 키우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백창현씨의 아내 이경화(39)씨는 “정부는 빨리 장례를 치르고 싶은 유족들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아들과 딸에게 아빠 죽은 사실도 알리지 않았는데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편이 아이들을 두고 못떠날 것 같다는 이씨는 결혼한지 10년 됐지만 학교동창으로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남편을 25년동안 보고 지낸 게 다른 유족보다 나은 편이라며 스스로 위로를 했다.

누운 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두현씨의 아내 이은주(38)씨는 “처음부터 수공측이 잘못을 시인해서 잘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책임지지 못하겠다며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이유가 뭐냐”며 “돈이 무슨 소용인데… 물벼락으로 죽은 남편의 목숨을 살려내라”며 절규했다.

서강일씨의 매형 송남호(49)씨는 “1차적인 책임은 수공이, 2차적인 책임은 국방부·군부대가, 3차적인 책임은 연천군에 있다. 유족들은 제일 책임이 큰 수공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데 수공은 책임을 연천군에 전가하려 한다”며 “정부가 방관하지 말고 적극 나서서 보상과 장례절차를 정해주었으면 더이상 한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연천의료원에 안치된 시신을 생각하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연천 = 오명근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