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의 물폭탄식 수공 위협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세워 놓고도 실질적인 군사훈련을 한번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김영우(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전날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간부들과의 대면보고 자리에서 “북한 접경지역 훈련시 군이 ‘수공’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군측이 이 같이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우주하 국방부 기획조정실장과 권혁순 합참 작전참모부장 등 군 간부들은 “유사시 수공 위협에 대비한 시나리오는 갖고 있지만 수공에 대비해 실질적인 훈련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답변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정부시절 국가안보회의(NSC)가 황강댐 방류에 대비한 군남댐 건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작은 규모로 지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황강댐이 열려도 담수조절 능력이 있다는 국토해양부장관의 말과 달리 황강댐은 예성강에 30%, 임진강에 70%의 물을 내보내 홍수 조절뿐 아니라 갈수기 가뭄 조절을 위해서도 군남댐 저수량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군은 2001년 이후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의 수문을 15번 올렸으며, 올해 연천쪽에 비가 많이 와 지난 8월을 비롯해 올해만 수문을 4번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국방부·합참으로부터 역시 대면보고를 받은 국방위 김장수(한나라당) 의원은 10일 “군이 수위 상승시 대침투작전 저지와 시설 보호라는 임무에 치중한 나머지 단순 전술 및 작전 차원에서 초기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한 것 같다”면서 “북한의 의도성 등 좀 더 전략적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상황을 판단해 민·관·군 공조를 적절히 하지 못한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합참은 1980년대 중반 북한이 임남댐(이른바 금강산댐)을 건설하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수공에 대비한 작전 체계를 갖추기 시작, 수공 위협에 대응한 시나리오 등 각종 군사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임진강 참사를 계기로 군사분계선(MDL)에 인접한 북한 댐에서 일거에 대량의 물이 방류되는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재래식 장비가 침수되지 않도록 하는 접경지역 수공대비 훈련을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등에 적용하는 한편 핵심 군사시설의 방재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충신·김세동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