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임진강 참사’가 북한 군부의 일방적인 ‘무단 방류’로 초래됐다는 분석이 10일 제기되면서 대남 정책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갈등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 군부의 무단 방류는 지난 8월 한달간 대남 유화정책에 대한 군부의 ‘불만’때문에 표출됐다는 지적으로, 북한 내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북한의 대외전략은 크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군부, 노동당 통일전선부, 내각 외무성 등 3개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이중 대남전략은 지난 8월21∼23일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으로 방남한 김양건 부장이 이끄는 통일전선부, 군사분계선 통행 등과 관련된 북한 인민군 등이 주요 정책결정기구다.

특히 임진강 댐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및 관리는 북한군 관할이라는 게 정설이다. 북한의 이번 임진강 댐 무단 방류를 북한군이 주도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번 참사는 최근 대남 유화정책을 이끌고 있는 통일전선부에 대한 군부의 견제 및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과거 수차례 “인민군이 결정하면 한다. 내가 믿는 것은 총대밖에 없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직접 지시보다는 군의 결정을 추인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병영국가인 북한에서 대남 사업은 전부 군부 관할로, 이번 사건도 군이 관여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개성공단 출입제한 등도 군부가 주도했는데, 최근 모두 원상복구된 데 대해 군 사기가 떨어지고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군부가 댐 방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군부와 통일전선부의 ‘알력’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댐 방류와 같은 중요한 결정은 국방위원회 권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달러’가 부족한 데다, 유화전략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도발’ 카드로 이번 ‘무단 방류’를 꺼내 들었고, 군부가 충실하게 이행했다는 것.

특히 탈북자 출신 전문가들은 “북한에 엘리트그룹간 알력이라는 것은 아예 없고, 모두 김 위원장의 결정”이라고 주장,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영수(정치학) 서강대 교수도 “최근 남북 유화 국면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지만, 북한 내부를 다원주의 사회로 보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