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황강댐의 물을 무단 방류한 의혹의 실체가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9·6 임진강 참사’를 초래한 무단방류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정밀분석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조문단을 보내면서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던 남북간 유화국면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의도를 둘러싼 해석은 사실 어려운 숙제였다.

10일 현재 정부 당국이 잠정적으로 무게를 두는 쪽은 ‘북한 내부갈등’이다. 황강댐 수문을 열고 닫는 열쇠를 쥐고 있는 부서는 북한 군부라는 점에서다. 군부가 예전에도 댐을 무단방류했던 경력이 있고, 사사건건 수문개폐 여부에 대해 평양의 재가를 받는 식은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최고위층의 지시 가능성은 배제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황강댐 현장지휘관의 독자적 결정이냐, 군 지도부의 묵인이냐인데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둘 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내 강경파인 군부의 경우 최근 조성되고 있는 유화국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불편한 의사표시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통일전선부나 외무성 등과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청와대 핵심참모가 진단하듯 “한쪽이 저지른 일에 대해 다른 한쪽에서는 적잖이 놀란 모습이다. 남측에서 6명이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자기네들도 무척 당황한 듯하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이같은 분석 아래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중이지만 역시 고민의 지점은 있다. 원칙은 우선 북한의 사과, 해명 요구 및 재발방지다. 그렇다고 배경을 무시하고 강경일변도로만 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여지는 남겨 놓아야 할 처지다.

사과 요구와 관련, 정부는 실제 북한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든, 서로 교감을 나눈 뒤 벌인 일이든 결과적으로 국민 6명이 사망한 데서 북한이 책임을 면치 못한다는 인식이다. 이같은 촉구는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북한 결정의 무책임성’을 부각시키는 배경이기도 하며, 이는 또 한편으로 일정 정도 대화의 계기를 살리려는 고육지책적 성격도 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