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회적 문화기업 ‘문화마을 들소리’와 ‘노리단’의 공연 모습.

지난 8월 13일 서울 홍익대 앞에서 개최된 ‘2009 서울 프린지페스티벌’ 개막공연. 신나는 타악퍼레이드로 분위기가 한순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단원들이 일상용품을 재활용해 직접 제작한 ‘세상에 하나 뿐’인 악기로 연주하고 춤추자 젊은이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주민과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장단에 맞추며 환호했다. 이날 개막공연을 맡은 공연단은 ‘노리단’. 국내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 제1호다. 철과 예술을 결합한 포스코 TV 광고에서 독특하게 생긴 거대한 악기를 두드려내던 젊은이들이 바로 ‘노리단’의 멤버들이다.

2004년 창립된 노리단은 2007년 주식회사로 발전, 지난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0억원을 매출목표로 잡았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자리잡은 문화작업장 하자센터에서 활동하던 10∼20대 11명으로 출발했던 회사 규모가 지금은 80여명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오는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아시아태평양도시정상회의(APCS) 갈라디너쇼, 19일 일본 도쿄(東京) 롯본기에서 개최되는 한일축제한마당 공연 등 5개팀이 연중 300여회의 공연을 소화해내고 있다.

문화예술분야에서 ‘노리단’과 같은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고용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희망을 만들어내는 기업을 지칭한다. 영리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창출된 수익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 약 280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분야는 노리단을 비롯해 찾아가는 예술교육을 펼치고 있는 신나는문화학교교사협회(자바르떼),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공공미술프리즘, 문화마을 들소리, ㈔한옥문화원 등 10여개에 이른다. 2008년 노동부 인증을 받은 ‘자바르떼’의 경우 이름자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의 목표가 뚜렷이 드러난다. 일자리(job), 예술(art), 교육(education)의 영어 앞글자를 따서 합친 이름이 바로 ‘자바르떼’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요식업 분야에서는 음식과 교육, 다문화사회를 하나로 결합한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활동 중이며, 현재 하자센터 내에서는 10개의 예비 사회적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다.

안석희 노리단 대표는 3일 일반 문화예술단체와의 사회적 문화기업의 차별점에 대해 “단순한 창작표현을 넘어서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동시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목표라는 것이다.

2007년 노동부 인증을 받고 50여명의 급여를 지원받고 있는 노리단은 공연뿐만 아니라 교육, 놀이터 디자인 등 공공미술,악기제작 및 판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남도노리단, 동경노리단 설립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먹고살 만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편인데 현재로서는 아슬아슬하게 자립이 가능한 정도”라면서 “노리단과 같은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현재의 일자리 창출 중심의 지원 방식이 좀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11월 남산예술센터에서 제1회 서울예술지원 및 취업박람회(가칭)를 개최하며, 문화예술 공급과 수요의 유통허브인 ‘e-문화복덕방’을 2010년부터 가동하고 사회적 기업 모델 발굴 및 인큐베이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