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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2일 발표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물밑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문화일보 9월2일자 1·3면 참조)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 국제금융국은 지난 8월 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먼삭스 홍콩사무실로부터 “조만간 피치의 국가신용등급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벌집 쑤신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관료 중에서 영어를 가장 잘 한다는 국제금융 전문가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이 휴가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월9~10일 홍콩으로 특파됐다. 홍콩으로 날아간 허 차관은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담당자인 제임스 맥코맥(James McCormack) 국가신용평가팀 이사를 만나 끈질긴 설득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허 차관의 홍콩행은 휴가 기간이었기 때문에 재정부에서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 지 못한 채 은밀히 진행됐다.

허 차관은 홍콩에서 쌍용자동차 파업 종료 등 노사관계 진전상황, 북한 억류 미국 기자의 억류 해제 등에 따른 북한 리스크(위험) 감소,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에 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제시하며 “국가신용등급을 판정할 때 반드시 반영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국내에서는 맥코맥 이사의 ‘공식 카운터파트(상대역)’인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1급)과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이 피치에 재정건전성, 외채, 외화유동성 등의 급격한 개선 상황을 시시각각 전달하고 있었다.

2일 오전 8시쯤 마침내 피치에서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 사실이 전해졌다. 허 차관은 즉각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한 뒤 차관실에서 김 국장 등 국제금융 핵심 실무자들을 모아놓고 외부 공표시점 등에 대한 ‘사후 대책회의’를 열며 기민하게 대응했다.

김 국장은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라며 “현 상황에서 국가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은 국제 사회가 한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뜻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오른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