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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에’ 김명민(37)이 수척해진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섰다.

김명민은 9월24일 개봉하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 역을 맡아 몸무게를 20㎏이나 뺐다. ‘너는 내 운명’으로 300만 관객을 동원한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 종우(김명민)와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지수(하지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2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제작보고회에 등뼈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얼굴은 살이 거의 없을 정도로 푹 꺼진 모습으로 참석한 김명민은 체중 감량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 역할을 맡았으니 굶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내세울 건 아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더 몰입되고 극대화되어야 하는데 자꾸 탈진하다 보니 연기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게 가장 힘들었어요. 루게릭병은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근육만 죽어가는 병인데 저는 환자가 아니다 보니 살이 빠지면서 의식과 감각이 같이 마비됐어요.”

루게릭병은 운동신경 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희귀난치병으로, 이 병에 걸리면 몸이 서서히 마비되어가다 결국에는 호흡에 필요한 장기마저 마비돼 사망하게 된다.

그는 이번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이 병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고 실제 환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김명민은 이 자리에서 촬영 중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초반에는 박 감독님과 하지원씨가 같이 굶고 같이 말라가서 안타까웠는데 나중에는 둘이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한 입 정도는 먹어볼까 했는데 ‘넌 먹으면 안 되지’ 해서 좀 서운하기도 했어요(웃음). 개그맨 한민관을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체중 감량을 하면서 나중에 그 얘기를 들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옆에 있던 박 감독이 변명을 하고 나섰다. “하지원씨가 힘들게 살을 빼는 김명민씨 옆에서 덩달아 힘들어하며 간호해야 했어요. 떡볶이는 지원씨가 우울해질 때 먹는 음식이었고, 저는 절대 먹고 싶지 않았지만, 같이 먹어줘야 지원씨가 먹었기 때문에 같이 먹은 거예요.”

장례지도사인 지수 역을 맡은 하지원은 “김명민 선배가 살 빼고 아파하는 걸 지켜보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다”며 “선배가 너무 몰입을 해서 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타까워하며 간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이번 연기를 하며 “살아 있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감독님도 저 때문에 많이 굶으셨어요. 메이킹 필름에서 감독님이 알사탕을 빨고 있는데 그건 제가 저혈당이 와서 단것을 안 먹으면 쓰러지기 때문에 준비해 두신 거예요. 하루하루 너무 힘들었지만, 감독님에게 불만이 있었던 적은 없고 촬영장에서 살아 있는 것을 느꼈어요.”

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