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음악다방이 크게 성업했다. ‘디스크자키’(DJ)를 둔 음악다방이 아니면 장사가 안됐다. 메모지에 노래 제목을 적어 ‘레지’를 통해 뮤직박스에 있는 DJ에게 전하면 LP판으로 노래를 틀어주던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신군부에서 ‘5공’으로 이어지던 서슬 퍼렇던 때, 캠퍼스에선 ‘짭새’들이 감시의 눈길을 보내던 당시에 젊은이들은 음악다방에 죽치고 앉아 그렇게 시간을 죽였다. 음악다방의 붐을 타고 나온 노래가 윤시내가 불렀던 ‘DJ에게’였다. 83년에 나온 이 노래는 말 그대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6·10민주화운동 이후로 기억되는데, 어느 음악평론가가 ‘DJ에게’의 히트 원인을 분석한 글을 한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바로 대중의 무의식 속에 있는 ‘김대중(DJ)’에 대한 그리움이 이 노래의 히트로 연결됐다는 분석이었다. 83년 당시 DJ는 사실상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한 상태였고 그의 이름은 85년 2월 귀국시까지 국내 언론에서 거론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그저 신문의 정치 가십난에 ‘재야인사’로 표기되던 시절도 있었다.

‘억압된 것은 반드시 회귀한다’는 프로이트의 말대로라면 ‘DJ’는 당시 대중의 의식에서조차도 억압돼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었고, 그것이 ‘DJ에게’란 징후(노래)로 회귀한 셈이다. ‘5공’정권도 거기까지 읽어내지는 못했는지, 이 노래가 그 흔하던 금지곡 목록에 들진 않았다.

우스운 것은 DJ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투사된 이 노래가 나중에 ‘안티 DJ’송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후 대통령선거 때마다 DJ의 경쟁후보 측에서는 이 노래를 틀었다.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라는 가사가 ‘입 다물라’는 식으로 이용된 것이다. 최근까지 우익단체들도 이 노래를 종종 틀곤 했다.

이듬해인 84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아 일약 신데렐라가 된 이선희의 ‘J에게’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 노래 역시 광복 후 히트곡의 ‘넘버 10’에 들만큼 많이 불렸다. ‘J에게’가 자신도 모르게 대중의 정치적 갈망을 풀어주었음을 이선희는 아는지 모르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 이선희도 조문을 했었다.

또 하나, DJ의 정치적 등장보다 훨씬 앞서 일제강점기에 나온 노래지만 ‘목포의 눈물’ 역시 DJ와 매치가 되는 노래다. 그의 애창곡이기도 했지만 이 노래는 주로 프로야구장인 광주 무등구장에서 불렸다. 전신이 해태인 KIA타이거즈의 ‘비공식 응원가’로 통한다.

프로야구는 ‘5공’정권이 준비기간 6개월만에 초스피드로 1982년 출범시켰다. DJ의 체포로 촉발된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고 집권한 신군부는 잘 알려진 대로 대중의 관심을 ‘정치’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기에 부심했고 가장 좋은 재료가 ‘스포츠’였다. 해태타이거즈는 광주시민들의 울분을 끌어안고 잉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정희준 지음, 개마고원). 개막 첫해 5·18 2주기를 코앞에 둔 5월15일과 16일 무등구장 홈경기는 ‘소복 입은 3000명 가량의 여자들이 경기장으로 몰려온다’는 소문 때문에 전경들로 가득찬 채 진행됐다. 5공 정권 내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18을 전후해서 무등구장에서 경기일정을 잡지 않았다.

‘목포의 눈물’은 해태 초창기부터 응원가로 자리잡았다. 응원가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처연한 노래가 관중석에서 누군가 부터 시작되면 전 관중석으로 퍼지곤 한다. ‘목포의 눈물’에도 DJ의 체취가 짙게 배어있다.

[[엄주엽 / 체육부차장]]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