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거나 불편한 것을 헐어버리는 불도저식 재개발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면서 이를 문화, 예술적으로 재탄생(regeneration)시키는 21세기형 공간개발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독산동, 문래동, 남산창작센터 등 서울의 창작공간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인 이수희(경영학) 런던대 버크벡칼리지 교수는 3일 전화통화에서 서울의 창작공간 프로젝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다양한 주제로 새롭게 형성된 창작공간들은 그 자체가 창의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위 공간을 변화시키는 ‘크리에이티브 밀리외(Creative milieu·창의중심)’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술가들의 활동이 주변 지역에 파급효과를 낳아 주민들이 흥미를 느낄 뿐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해 본격적으로 배우고,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모이는 거지요.”

이 교수는 “창의중심의 문화예술 인프라스트럭처는 물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예술가와 주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인 승수효과를 나타내면서 새로운 도시의 이미지가 창출된다”고 지적했다.

파리, 뉴욕도 보헤미안들이 몰려들면서 창조적인 느낌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시민들과 주류 예술가로 확산되는 승수효과를 나타내면서 오늘날 ‘낭만의 파리’ ‘첨단의 뉴욕’ 등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설만 만들어 놓으면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정책 당국의 낭만적 생각은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예술환경만 망쳐 놓는다는 일부 예술계의 극단적인 생각 모두를 경계해야 합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예술가들에게 정치적으로 개입, 간섭하지 말아야 하고 예술가들도 좋은 기회를 이권다툼의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이 교수는 또 “효과가 과장된 스페인의 빌바오, 관광상품화된 중국의 다산쯔(大山子)는 정형화되면서 생명력을 잃었다”며 “너무 많은 계획을 갖지 말고 자연발생적인 측면에서 공간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창작공간 프로그램을 공공예술 등 대학의 프로그램과 연결, 예술가와 시민, 대학이 현장에서 만나야 한다”며 “젊은 아방가르드들은 현실을 이해하고, 대학과 사회가 신선한 자극을 통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