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26일 관람객들이 전시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정하종기자

서울 금천구는 공장 지대다. 공업단지란 이름이 디지털단지로 바뀌고 몇몇 의류할인 매장이 조성돼 쇼핑 명소로 자리잡았으나 문화공간이 부족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이런 공장 지대의 한 가운데 대규모 인쇄공장을 개조, 예술가들의 창작과 시민들의 문화 향유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이 생긴다. 바로 금천예술공장이다.

컬처노믹스 전략에 따라 옛 공공청사나 공장부지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조성중인 서울 시내 12개 창작공간 중 하나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그 역할을 다한 유휴 시설을 다시 꾸며 고부가 가치를 지닌 문화예술을 창출하고 즐기며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333-7번지. 한때 대규모 인쇄소가 있던 금천예술공장 주변은 아직도 자동차공업소와 크고 작은 공장에서 나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지상 3층, 지하 1층짜리 인쇄 공장과 창고를 리모델링한 예술공장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 크고 작은 인쇄기를 뜯어낸 자리에 22개의 스튜디오와 프로젝트 스페이스, 멀티랩, 게스트 하우스 등을 만들었으나 복도 천장엔 전선뭉치며 파이프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그러나 연면적 3070㎡인 예술공장은 더 이상 공업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아니다. 오는 9월 개관하는 이곳에서 일하게 될 이들은 회화, 조각, 일러스트, 설치, 영상,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안무·연출, 인문학, 과학, 비평, 건축, 디자인, 공공예술, 생태예술 종사자들. 3층의 프로젝트 작업실에서는 각종 공연이나 퍼포먼스 등이 진행되는가 하면 1층 멀티랩에서는 예술가를 위한 철학·인문학·과학 토론도 벌어진다.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예술가, 학자들이 장르를 가로지르고 뒤섞어 통합 장르형 예술을 생산하는 산실이자 이것이 지역민들에 의해 향유되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른바 ‘홍대앞 문화’의 중심지인 마포구 서교동에 지난 6월19일 문을 연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옛 동사무소를 개조하여 만든 창작공간. 카페형 갤러리와 다목적 발표 및 연습실, 사무 공간, 휴게 이벤트 공간이 마련된 연면적 551.5㎡는 자체 전시 및 공연에 더해 홍대앞에 밀집한 문화자원들을 연계하는 기획활동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서울시가 올해 개관을 목표로 조성중인 창작공간은 모두 7개. 지난 6월8일 가장 먼저 문을 연 중구 남산예술센터는 옛 남산드라마센터를 개조한 문화예술교육센터다. 중구 황학동의 재래시장 지하상가의 5057㎡에 이르는 52개 점포가 오는 9월까지 소형 스튜디오와 전시장, 공동작업장으로 바뀌고,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가 있던 서대문구 연희동의 빈 건물들이 10월 중 도심속 전원형 문학창작촌으로 변신한다. 영등포구 문래동 1가의 철공소가 있던 1017㎡에는 지상 4층, 지하 1층, 연면적 2820㎡에 이르는 건물이 신축돼 입주작가들의 공동창작을 지원하는 예술공장으로 탄생하고 성북구 종암동의 보건소가 성북예술창작센터로 바뀐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07년 송파구 잠실동 서울잠실종합운동장내 실내체육관 데크에 서울장애인 미술창작스튜디오의 문을 연 것을 비롯, 중구 예장동에 서울남산창작센터,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난지창작 스튜디오를 각각 개관했다. 서울시는 또 서대문구 홍은동에 홍은예술창작센터란 이름의 생태주의 예술 공동체 인프라를, 관악구 은천동 옛 동사무소를 개조해 어린이창작놀이터를 내년 중 각각 개관할 예정이다.

권혁소 서울시 문화국장은 “창작공간 조성 사업은 도시 곳곳의 유휴 공간을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도시를 재생하고 이를 시민 모두의 문화 향유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이라며 “이를 통해 예술가와 시민의 창조적 능력을 고양하고 도시의 문화적 재생과 지역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할 뿐 아니라 도시 경쟁력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