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계 5위의 사장교로 건설되는 인천대교가 1일 오후 웅대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 = 임정현기자

1일 오후 인천과 영종도를 연결하는 두번째 다리인 인천대교 건설 현장. 철판으로 상판이 만들어진 사장교 부분은 쏟아지는 햇볕을 그대로 머금어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인천대교 현장 근로자들은 뜨거운 열기 속에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얼굴에는 한국 최대의 다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공정이 95% 진행돼 도로 포장 등 부수적인 일만 남았지만 ‘명품’ 다리를 완성하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살피며 꼼꼼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최영재 삼성물산 부장은 “최신 기술과 근로자들의 열정으로 바다 구간만 12㎞가 넘고 교각간 길이가 800m로 세계 사장교 중 다섯번째로 긴 다리를 5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 불리함을 이겨낸 발상의 전환 = 인천대교는 바다 구간이 12㎞, 선박 주항로 구간에 위치한 사장교의 교각 사이가 800m, 주탑 높이가 238.5m에 달하는 세계 5위 규모의 사장교로 공사비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역사다. 규모 7의 강진과 초속 72m의 바람에도 안전하게 설계된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교량이다. 2005년 7월 착공해 오는 10월23일 완공 예정으로 대역사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52개월에 불과하다. 7.3㎞의 서해대교를 건설하는 데 72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사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인천대교가 건설되는 지역은 바람이 심하고 안개가 잦으며, 조수간만의 차가 평균 9.27m, 유속이 1.27m에 달해 최고의 악조건을 갖추고 있다. 온갖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서해대교보다 훨씬 거대한 공사를 더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인천대교 건설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다.

대역사의 완성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가능했다. 공사 규모가 크다는 점은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했다. 육상에 별도의 생산시설을 설치해 고정비를 투입하더라도 충분히 이윤을 확보할 수 있고, 동시에 제작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 바다라는 작업 공간은 오히려 육상에서 제작된 거대한 구조물을 훨씬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이점을 줬다. 육지에서는 250t가량밖에 들 수 없지만 바다에서는 부력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무거운 구조물도 충분히 올려보낼 수 있었던 것. 발상의 전환이 적용된 대표적인 공법이 조립식 상판을 육상에서 제작해 설치하는 FSLM(Full Span Launching Method)공법이다.

FSLM공법은 1경간(교각간 거리)에 해당하는 상부구조물을 육상의 제작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정해진 위치에 거치시키는 공법으로 제작장에서 제작된 상판을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운반용 차량에 적재한 뒤 제위치로 이동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인천대교는 3개월이나 공기를 단축할 수 있었다.

◆ 세계 최고의 교량 기술력 우뚝 = 인천대교 건설에는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이 적용됐다. 일반적으로는 설계를 모두 끝낸 다음 시공을 하게 되지만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짧은 공기를 맞출 수 없었다.

패스트트랙은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엄격한 공정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를 단축하는 이점이 있음에도 누구나 적용할 수는 없다. 삼성물산은 영종대교 건설, 대만 고속철도 건설 등의 많은 경험을 통해 닦은 실력을 통해서 패스트트랙 방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

인천대교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의 다양한 기술이 동원됐다. 인천대교에 최초로 시도된 공법으로는 현장 타설 말뚝 시공을 들 수 있다. 기존에는 주탑의 기초를 다지는 방식으로 주변을 대형 원통으로 둘러싸 물을 퍼낸 후 교각을 세우는 방식인 가물막이 방식이 사용됐다. 현장 타설 말뚝은 바다 밑으로 말뚝(파일)을 박고 이를 기초로 교각을 바로 세우는 방식이다. 주탑의 경우에는 지름 3m의 대형강관 24개를 바다에 심어 기초를 세웠다. 말뚝 지지력을 확인하기 위한 재하실험을 실시한 결과 세계 최대 규모인 3만t을 견뎌내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인천대교는 국내 처음으로 선박 충돌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직경 20m와 25m의 돌핀식 44기가 설치되며, 돌핀식 충돌보호공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인천 =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