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에 걸려 있던 집기와 현수막 등이 24일 오전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기습 철거된 뒤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보수단체 회원 수십명이 24일 새벽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를 기습 철거했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시민들은 현장에 있던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40분쯤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회원 50여명은 대한문 앞에 설치된 노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의 천막을 부수고 분향제단을 뒤엎는 등 기습 철거에 나섰다. 목격자들은 20대로 보이는 남성 20여명이 승합차 3대에 나눠 타고 분향소 뒤편으로 접근해 갑자기 천막 등을 부수기 시작했으며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 30여명은 분향소 관계자 등이 철거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고 전했다. 분향소가 완전히 철거되는 데는 불과 3~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단체 회원들은 분향소 철거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탈취했다. 분향소 관계자는 “국민행동본부의 이번 행동은 강절도에 해당한다”며 “법적 대응을 비롯,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공장소인 대한문 앞 거리를 불법 시설물이 차지하고 ‘무법천지’로 돼 있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며 “경찰이 나서서 철거해야 할 것을 못하고 있어 애국단체인 우리가 나서 철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노 전 대통령 영정을 탈취한 것에 대해선 “죽은 사람의 영정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우리 단체가 보관하고 있다 경찰에 넘기든지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를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 “철거가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졌고 당시 소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다른 곳을 순찰 중이어서 의경들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분향소 관계자들은 철거 현장을 보존한 채 오전 7시10분쯤 다시 분향제단을 설치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