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관으로서 가끔 스스로 ‘싸움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밤에는 불법행위 단속현장에서 그리고 낮에는 매일 들어오는 습득물과 싸운다.

경찰서에는 시민들이 실수로 잃어버린 물건들이 매일 수북이 접수되고 있다. 그 물건들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을 하지만 나 스스로도 이것저것 자주 잃어버린다. 일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소중한 것이므로 한시라도 빨리 돌려주기 위해 매일 애쓴다.

하루는 아이들 사진이 들어있는 할머니의 허름한 지갑이 들어왔다. 아마도 어린 손자들의 사진을 모아 둔 것 같았다. 이런 것은 이제 느낌으로 어느 정도의 가족사가 그려지니 이것도 직업병인지 모르겠다.

수소문 끝에 할머니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할머니, 지갑 잃어버리셨죠? 이곳 경찰서로 얼른 오시면 드릴게요”라는 말에 너무 기뻐하시는 할머니의 마음이 전화 목소리에도 흠뻑 묻어났다.

몇시간 후 한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무실로 들어오신다. 손에 든 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송편이란다. 고맙다고 연방 고개 숙이는 할머니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떡을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아신걸까’ 속으로 중얼거리며 할머니를 버스정류장까지 모셔다 드리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상대방과 내가 같이 감동하고 기뻐하는 것은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게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이런 날은 경찰인 나 자신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일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김행자 · 서울종암경찰서 생활질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