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휴대전화 바보 시리즈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짜로 바꾸면 바보, 돈 주고 바꾸면 진짜 바보라고 한다. 그 배경을 살펴보자.

서울 서대문구의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신모(41)씨는 최근 한 이동통신 매장에서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로 받았다. 그런데 직장 선배 한모(47)씨를 보곤 바가지 썼다는 기분 나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신모씨는 번호이동을 하며 단말기를 공짜로 제공받았지만 매장에서 요구한 부가서비스와 요금제에 가입했다. 24개월의 의무사용기간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역시 번호이동을 하며 단말기를 공짜로 받은 한모씨는 부가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알맞은 요금제를 선택했으며, 의무사용기간도 3개월로 짧았기 때문이다.

번호이동 시즌이다. 번호이동을 하면 단말기를 공짜로 주고 가입비 면제 혜택을 주는 건 기본. 그런데 번호이동 혜택이 신모씨의 경우처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지 않고, 매장은 어쨌든 수익을 올리는 이상한 구조로 변질됐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통시장에서는 이통사의 보조금과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장려금 등 지원금 합계가 제품 출고가보다 많은 이른바 ‘마이너스폰’이 범람하고 있다. 신모씨의 공짜폰도 마이너스폰이다. 출고가는 30만원 정도. 번호이동, 의무약정, 부가서비스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지원금은 총 50만원 수준이 된다. 신모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넨 매장은 5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전액 지급받지만, 신모씨에게는 30만원 대의 단말기 밖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매장은 단말기를 공짜로 주고, 가입비까지 대신 내주더라도 15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한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가서비스가 없고 자유요금제를 선택했더라도, 매장은 번호이동과 3개월 의무약정 등의 조건만으로 4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비를 대신 내줘도 5만원 정도의 수익은 보장된다.

업계에서는 이통사 보조금 + 제조사 장려금 등 지원금이 단말기 출고가보다 20만원 이상 많은 경우가 적지 않으며, 마이너스폰은 15종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개통된 휴대전화 5대 중 3대꼴이 마이너스폰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상황은 4월부터 시작된 이통사의 과열 경쟁에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까지 뛰어들면서 생긴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풀이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