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일대의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이 끈질긴 대화를 통해 노점상 등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소통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2007년 2월 노점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지나가는 행인들이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였던 종로 대로변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사업에 착수했다.

사업은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 상가 상인과 노점들간에 예전부터 이어져오던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갈등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와 구는 포기하지 않고 종로 일대의 건물주와 점포상인, 노점상 등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섰다.

10회에 걸친 사업설명회를 연 것은 물론 무려 100회 이상 이해당사자들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홍보물 배포도 꾸준히 이어졌다.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노점상들에게는 관철동 젊음의 거리 등 이면도로로 자리를 옮겨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같이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한 소통에 나선 결과 마침내 종로 1, 2가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내 17일 종로 2가 ‘젊음의 거리’개장 행사를 하게 됐다. 종로3가 노점상들과도 계속 대화가 진행 중인데 조만간 동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구 관계자는 “청계고가를 철거하면서 주변 상인 등과 1000여 차례 만났듯이 이번 사업도 서울시와 구청, 관철동상인연합회와 노점연합회가 뜻을 모아 함께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식 관철동문화발전위원회 회장은 “서울광장은 최근 좌우 갈등과 소통 부재로 말없는 다수 시민들만 피해를 봤지만 종로는 상인들이 한발 양보하면서 노점들과 공생의 길을 찾았다”며 “이는 이해당사자들간 꾸준한 소통의 결과”라고 말했다.

시와 구의 계획에 따르면 종로1~2가 대로변 노점 285개가 일제 정비돼 젊음의 거리(관철동)와 한양길(낙원동~묘동~인사동)의 이면도로로 이전한다.

종로3가 노점들은 수표다릿길(낙원동, 국일관 앞)로 이전한다. 노점이 떠난 종로 대로변은 녹지가 조성되고 보행공간이 넓어진다. 대로변에 불법노점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노점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도 운영된다. 이와 함께 종로 이면거리 상권활성화를 위해 종로특화거리 조성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평수기자 ps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