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인 정운(25)이 후계자로 지명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정보 당국이 ‘정운 후계자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따라 북한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이후 ‘3대 세습’ 절차에 착수, 오는 9~10월 후계자 지명 사실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 당국자는 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2차 핵실험 직후인 5월28일 일부 해외공관에 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한 사실을 전문으로 전달했고, 정운에 대한 충성맹세를 받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구두로 통지했다.

또 북한은 지난달 핵실험 이후 노동당과 인민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부처에도 이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최근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등 체제보위기관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상학습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작업에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최익규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따라 북한은 사상 초유의 ‘3대 세습’ 공식화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정운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주민동원 캠페인 ‘150일 전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 역시 1970년대 중반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70·100·150·200일 등 기간을 정한 주민동원 캠페인을 실시, 후계자 업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4·5 장거리 로켓 도발, 5·25 2차 핵실험 등 대외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후계구도 안정을 위한 내부체제 결속용 ‘축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150일 전투가 끝날 것으로 보이는 9·9절(북한 정권수립일)이나 10·10절(노동당 창건일)에 후계자 지명 사실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트 김정일 체제’ 향방에 대해서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김 위원장이 20여년간 후계수업을 밟아온 것에 비해 정운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 건강이상 이후 급하게 후계자로 내정된 데다, 아직까지 대외적 공식 직함이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이복형인 정남(38), 친형 정철(28)과의 권력투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김 위원장의 정치 슬로건인 ‘2012년 강성대국 건설’전까지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정부 당국자는 “후계자 확정까지는 변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향후 전개과정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