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답답한 어민들 2일 오전 연평도 등 서해5도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지고 짙은 안개가 끼면서 조업이 금지되자 어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평도=김동훈기자

“이 정도 바람에 무슨 풍랑주의보야. 기상청에 확인해 봤어?” 2일 오전 4시30분, 어둠 속 바다안개도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인천 옹진군 연평도(면)의 해양경찰청 선박출입항통제소에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난 밤 사이 연평도 인근 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조업이 통제되자 조업 허가를 받기 위해 통제소에 나왔던 어민들이 통제소 직원들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어민 이모(65)씨는 직접 휴대전화로 기상청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일기예보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초속 10~18m의 바람과 2~3m의 파도가 일고 있어 이날 오전 3시를 기해 서해 중부 전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는 설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통제소 관계자는 “조업 허가는 군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우리는 통보만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도 밤잠 못 자고 고생하고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어민들을 다독였다.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 평상시 같으면 별 탈 없이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날만큼은 어민들 반응이 유별났다.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조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 탓에 어민들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어민들은 “맑은 날은 ‘조업 불가’라고 해서 못 나가고 이제는 날씨가 안 좋아서 못 나가고…. 이래서야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발길을 돌렸다.

이른 아침의 입씨름에서 볼 수 있듯 연평도 주민들에게 최근의 조업 차질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가는 듯했다. 통제소에서 분통을 터뜨렸던 이씨는 “정부의 통제가 너무 심하다”며 “어선들이 조금만 어장 경계 라인을 벗어나면 범법자 취급을 하면서 검거한다고 난리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 정도 바람에도 충분히 조업할 수 있는데 우리 보고 굶어 죽으란 얘기냐”며 “뱃일이 전부인 어민들은 조업 못나가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장모(80)씨도 “이제 꽃게잡이철이 한 달도 채 안남았다”며 “그런데 북한이다 풍랑주의보다 하면서 조업을 못하게 하니까 우리 어민들만 죽을 맛”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어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지만 군 당국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평도 방어를 맡고 있는 군 관계자는 “그분들(어민들)은 생업이 달려 있으니 조업을 허가해 달라고 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북의 도발에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2일도 연평도 인근에 해경 경비정 2척, 인천시 및 농수산식품부 소속 어업지도선 각 1척, 다수의 해군 고속 경비정을 배치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평도 =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