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달러의 사용처와 관련, 검찰이 권양숙 여사를 조만간 재소환하기로 함에 따라 권 여사 조사가 노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 수수 입증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는 ‘노 전 대통령측의 100만달러 사용처 해명’→권여사 소환→노 전대통령 영장청구여부 결정 등의 로드맵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검찰은 이번주 후반 권 여사를 비공개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다음주 초반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곧 100만달러 사용처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면 이번주 내로 소환 날짜를 잡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측 문재인 변호사는 이날 “아직 소환 협의나 통보는 없었다”며 “100만달러 사용처와 관련해 확인하고 있으며, 진전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 여사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100만달러를 받은 2007년 6월을 전후로 미국에 있던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 부부에게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30만달러 이상을 송금한 자료를 확보해놓고 있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의 100만달러 뇌물 수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노 전 대통령이 ‘아들 집 사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 100만달러를 직접 요청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100만달러의 성격을 알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노 전 대통령측이 100만달러를 받았고, 재임 중 이를 알고 있어야 ‘포괄적 뇌물’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100만달러 대부분이 노 전 대통령 자녀의 생활비 등으로 쓰이고, 일부가 노 전 대통령이 원외 시절 개인적으로 진 빚을 갚는 데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권 여사가 건호씨에게 송금한 것 외에도 자녀들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100만달러의 일부를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돈의 쓰임새를 바탕으로 권 여사가 독자적으로 100만달러를 썼는지, 노 전 대통령과의 상의하에 돈을 썼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 돈의 실체를 알았다는 ‘단서’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권 여사가 왜 정상문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받은 박 회장의 돈 3억원을 자신이 받아서 썼다고 진술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이 권 여사를 넘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최종적으로 입증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