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정보는 국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실태가 아직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지만, 임직원 수와 임금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경영을 합리화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동참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공공기관 노사가 자발적으로 불요불급한 인원을 감축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합리화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키로 했다.

297개 공공기관이 30일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시한 내용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공공기관은 무분별한 사업확장 등에 따른 부채 급증과 당기순이익 급감, 경영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조직 비대화와 임금인상 등 경영효율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공공기관의 지난해 총자산은 각종 사업·자산확대로 전년(491조4000억원)대비 8.3%증가한 53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사업 확장의 여파로 지난해 공공기관의 총부채도 전년(276조원)대비 16.2% 증가한 32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해동안 주택공사의 부채가 12조원 는 것을 비롯, 가스공사와 토지공사도 각각 9조1000억원, 6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원화가치 하락 및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17조5000억원)대비 57.0%나 감소한 7조5000억원에 그쳤다. 적자규모는 한국전력이 3조원으로 가장 컸고 신용보증기금이 7000억원, 수출보험공사가 4000억원, 기술신용보증기금 3000억원 등이었다.

이같이 경영이 악화됐음에도 공공기관들은 임직원 수와 보수 늘리기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현재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 수는 26만1961명으로 전년(25만8340명)대비 1.4%(3621명) 증가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최근 5년동안 연평균 6.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직원 평균 임금도 부채증가와 순이익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3.0% 늘어난 5500만원이었다.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임금은 매년 4.5%씩 증가했다. 지난해 직원 평균임금이 6000만원 이상인 공공기관은 전체의 62.5%에 달하는 185개였으며, 이 가운데 8000만원을 넘는 곳도 14개(4.7%)나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를 위해서는 노사의 자발적인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정부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기관 노사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