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 공화당 중진인 앨런 스펙터(79·펜실베이니아) 의원이 29일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정치인들의 당적 변경이 드물 뿐 아니라 스펙터 의원의 이동으로 민주당이 ‘무소불위’의 상원 60석에 바짝 다가서 미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스펙터 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부터 민주당과의 공조에 적극적이었으며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도 오랜 교분을 나눈 사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스펙터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의 입당을 환영했다. 스펙터 의원의 이적으로 민주당의 상원 의석수는 59석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전략에 구애받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안정 의석수인 ‘슈퍼 60석’을 코앞에 둔 셈이다. 여기에다가 지난 11월 선거이후 5개월째 재검표 소송이 진행중인 미네소타주 상원의원도 민주당의 앨 프랑켄 후보의 승리로 일단락될 경우 민주당은 60석을 확보하게 된다.

스펙터 의원의 합류로 오바마 행정부와 상원 민주당은 건강보험제도 개혁과 노동정책, 기후변화협약의 추진에도 힘을 얻을 전망이다.

이 문제들은 민주·공화 양당 사이에 첨예한 견해차를 보여 오바마 행정부·민주당 의회 지도부의 최대현안이 되고 있다. 특히 법사위 소속인 스펙터 의원은 앞으로 예상되는 새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도 민주당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펙터 의원은 경기부양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3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중 1명이며 공화당내 대표적 중도 온건파였다. 미 언론들은 스펙터 의원이 최근 수개월간 상원의 민주당 지도부와 당적을 옮기는 문제를 놓고 은밀하게 협의를 진행해왔고 특히 당적 변경을 발표한 28일 오전에는 오바마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펙터 의원의 당적변경에 따른 후유증도 예상된다고 미 언론들은 덧붙였다. 우선 스펙터 의원의 당적변경은 내년에 치러지는 공화당의 펜실베이니아주 예비선거에서 자신이 완패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온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스펙터 의원은 성명에서 “공화당의 펜실베이니아주 예비선거 유권자들에 의해 심판받는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당적 변경이 재선 승리를 염두에 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적 변경 사유가 미국인들을 설득하기에는 미흡한 셈이다. 또한 민주당이 상원 60석을 달성하더라도 민주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정책에 순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펙터 의원의 이탈이 공화당의 위기감을 부르면서 공화당의 태도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미 언론들은 덧붙였다. 미국에서 상원의원의 당적변경은 일반 유권자들의 직접 선거로 상원의원을 뽑기 시작한 1913년 이후 지금까지 13차례에 불과하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