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예산 중 1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을 계기로 ‘특수활동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수활동비란 구체적인 영수증 첨부 없이 수령자의 서명만으로 현금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 내역은 감사원 결산 검사와 국회 자료 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말 그대로 특수활동용 예산이다. 특수활동비는 대개 기밀을 유지하는 범죄수사나 정보수집에 쓰여 국정원과 경찰, 검찰, 청와대 등에 책정된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 예산 총액은 8624억원 수준. 이 가운데 부처별로는 예산 전체가 특수활동비로 분류되는 국가정보원이 48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방부(1640억원), 경찰청(126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청와대와 감사원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221억원과 43억원, 법무부는 지난해보다 10억원 늘어난 280억원을 책정했다. 이 중 검찰 특수활동비가 203억원이다.

특수활동비는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특성 때문에 매년 예산이 늘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취임 첫 해 5975억원이던 특수활동비가 2007년 8131억원으로 무려 2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378억원, 올해는 115억원 늘었다.

문제는 특수활동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이른바 ‘묻지마 예산’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그만큼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작용이 빚어질 개연성도 큰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이 특수활동비를 활용해 자금을 손쉽게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자금의 성격 때문이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