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 기사를 읽는 독자 분은…, 혹시 40대나 50대이신가. 그렇다면 지금 나열하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 보시라. 서든어택, 던파, 빅뱅, 메이플스토리, 십이지천2.

‘빅뱅’이야 워낙 유명한 인기 그룹이니 모를 리 없다 치자. 그러나 나머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조차 모른다면 자녀와의 교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서든어택’이나 ‘던파’ 같은 단어들은 40, 50대의 조용필이나 나훈아보다 더 유명한 컴퓨터 게임이기 때문이다.

제시된 단어들은 지난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통합검색 순위 5위 안에 든 것들.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통합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한 ‘서든어택’은 넷마블에서 서비스 중인 슈팅게임이다. 간단하며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연상시키는 게임 조작으로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던전 앤 파이터’의 줄임말인 ‘던파’게임은 검색 순위 2위를 차지했다.

네이버가 지난 한해 동안의 검색어를 모아 최근 발간된 ‘네이버트렌드연감 2008’(시공사)에 나타난 세대간의 언어 단절이 심각하다. 기자가 40, 50대 10명에게 네이버 통합검색 5위안에 든 ‘서든어택’, ‘던파’, ‘메이플스토리’, ‘십이지천2’의 뜻을 아는 이를 비공식 조사해 본 결과 이 단어의 뜻을 모두 아는 이는 40대 초·중반인 2명 뿐이었다. 나머지의 절반 가량은 이 단어가 게임이라는 사실만 짐작했고, 그 나머지는 무슨 분야의 단어인지조차도 몰랐다.

통합 검색 순위 30위 안에 든 것으로 40, 50대에 생소한 컴퓨터 게임은 이뿐이 아니었다. 아틀란티카, 아이온, 헬게이트런던, 케케로파이터, 카발온와인…. 게임 개발자인 차영훈 그라비티 개발팀장의 말대로, 부모들이 게임에 자녀를 송두리째 빼앗기고도 그 게임의 정체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2007년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네이버트렌드연감 2008’은 검색어로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읽는 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이 연감은 검색어라는 축약적이고 명료한 도구를 통해 21세기의 대한민국을 기록한 책으로 앞으로 100년이나 1000년 뒤 지금의 대한민국을 아는데 가장 유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21세기의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세상을 보내는 온라인 세상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역동적인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연감에 따르면 온라인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검색을 기록했던 분야는 인물과 사람으로 26.8%를 차지했다. 이어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20%로 뒤를 이었고, 생활(9.6%), 뉴스와 미디어 (5.4%), 컴퓨터와 인터넷(5.3%), 쇼핑(4.9%), 게임(4.5%), 교육과 학문(4.1%), 문화와 예술(3.4%), 건강(3.3%) 순이었다.

단어별로는 컴퓨터 게임이나 TV프로그램 외에 환율(6위), 최진실(36위), 김연아(37위), 알바(43위) 등의 단어가 상위권에 올라 2008년의 대한민국을 보여 주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