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인터넷 포털이 피해자 요청이 없더라도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으며 그런 게시물을 방치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례를 구축했다. 대법관 9인의 다수 의견으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날 청구인이 2005년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코리아 등 포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포털 측이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는 심급에 따라 손해배상 선고액이 늘어난 사실 또한 주목한다. 1심 1600만원 배상책임→항소심 3000만원으로 높여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한 것은 명예훼손성 댓글 등에 대한 사법 제재가 그만큼 엄격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신문협회도 지난해 11월28일 국회 등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포털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인격권 및 저작권 침해행위 등은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나아가, 대법원이 포털에 대해 ‘언론에 상응하는 책임’을 강조한 취지가 ‘포털도 언론’이라는 식으로 그릇 이해돼서는 안될 것이다. 대법원은 포털이 직접적인 취재 기능은 없지만 편집권과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유사 언론성’을 주목하고 그 책임을 물었다는 게 우리 시각이다. 2월6일 공포돼 8월7일 시행을 앞둔 개정 언론중재법도 제2조 1호에서 ‘언론 =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 신문’으로 못박고 포털에 대해서는 별도 18호에서 ‘인터넷뉴스서비스 = 언론의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계속적으로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전자간행물’로 나누고 있다. 개정입법 이유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터넷 포털의 뉴스서비스에 대해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의 반영임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신문 등 언론과 포털의 분계선(分界線)을 입법으로 명확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국회와 정부에 대해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위한 포털 책임의 별개 입법화를 재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