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썰렁한 봉하마을 ‘노무현 게이트’ 여파인 듯 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해 = 신창섭기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측으로 전달된 10억원대의 자금이 노 전 대통령 몫이라는 정황을 포착,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직접 조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7일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받은 10억원대 자금이 권양숙 여사가 받은 돈이라는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의 자금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전후해 권 여사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회장으로부터 3억원가량의 자금을 받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뇌물 수수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사과문에 나온 해명은 수사에 참고하고, 사과문 발표와 상관없이 당초 수사 일정에 따라 수사하겠다”면서도 “권 여사가 받았다는 것은 그 쪽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6일 체포한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자금 전달 경로와 이유 등을 추궁하고, 관련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검찰은 홍콩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APC 계좌 추적 결과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36)씨가 받은 500만달러에 대한 추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2007년 12월 연씨의 부탁으로 박 회장측에 전화해 만나 줄 것을 부탁했으며, 앞서 8월에는 박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함께 ‘3자 회동’을 갖고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재단 설립을 위해 자금 마련 방안을 논의한 과정에 대해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추궁 중이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주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동시에 소환할지 권 여사부터 조사한 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지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 입회가 시작된 점이나 갑자기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내고 해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연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뒤 갑자기 대리인을 통해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해명을 내놓은 것과 유사한 만큼 증거 인멸 시도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석범·권로미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