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문학 작품 한두편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지만, 비평은 그렇지 않다. 비평도 다른 문학 작품처럼 한권의 책으로 스스럼없이 읽을 수 없을까. 김종회 경희대 교수가 엮은 ‘한국문학 명비평’(문학의 숲)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비평모음집이다. 우리 문학을 키워온 명비평 58편을 엄선해 책 한권에 묶었는데, 본격적인 비평 논의가 시작된 고려시대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 광복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의미있는 비평들을 모았다.

시를 쓰게 하는 마성의 죄상을 밝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인의 고뇌에 대해 언급한 이규보부터 인간이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를 논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로 문학을 지목한 박지원, 사상과 생활을 자유롭고 여실하게 묘사하는 것이 문학의 사명이라는 이광수, 새 세대를 살아가는 문학인의 자세를 화전민에 빗대 논한 문학평론가 이어령, 국문학과 이데올로기의 뗄 수 없는 관계를 짚어낸 김윤식, 문학을 컴퓨터 게임 서사의 영역까지 확장해 새 의미를 도출한 최유찬씨까지. 우리 문학사 전체를 조망해볼 수 있는 흥미있는 시도다.

비평들은 고전문학기, 일제강점기, 해방공간과 1950년대, 1960~1970년대, 1980~2000년대로 나눠 수록돼 있는데, 유진오·김동리의 세대 순수 논쟁, 1950년대 민족문학론, 1960년대 순수·참여문학론, 1970년대 리얼리즘문학론, 1960년대 김현 비평과 1970년대 김우창 비평,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과 2000년 이후 사이버 문학 논쟁 등 각 시대의 논쟁을 대표하는 글들을 수록했다. 한편 우리 문학사의 중요한 시인과 소설가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듣는 것도 흥미롭다. 최남선, 염상섭, 김동리, 임화, 김지하씨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의 글은 문학 작품들이 문학사상 정립과 사회상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사회가 빠르게 변할 때일수록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답의 중요한 부분이 문학 안에 있다. 문학 비평의 명편들을 지속적 시각으로 검증한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