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보면서 대표선수의 꿈을 키웠다는 배기종(26), 생애 첫 대표 발탁에 얼떨떨하고 떨리기까지 한다는 박현범(22, 이상 수원)과 김형일(25, 포항), 부상으로 베이징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아쉬움을 월드컵으로 풀겠다는 이상호(22, 수원) 등 축구대표팀 소집 훈련을 위해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속속 도착한 새내기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새내기 4인방을 포함한 23명의 태극전사들이 다음달 1일 북한과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을 준비하기 위해 26일 파주 NFC에 집결됐다.

“부담을 갖기 보다는 이런 중요한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대표팀 생활을 즐겼으면 한다”는 선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생애 처음으로 성인대표팀 훈련에 임하는 이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볼뺏기, 미니 게임 등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훈련을 소화하면서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얼굴에는 어느새 화색이 돌았고, 훈련을 마칠 때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얼굴은 밝아졌지만 각오 만큼은 비장했다. 일단 오는 28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라크 평가전을 통해 테스트를 받게 될 새내기 4인방은 약속이나 한 듯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당찬 각오를 내놨다.

축구를 시작한 월곡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왔다는 박현범은 “얼떨떨하고 긴장된다”면서 “그러나 긴장하는 대신 내가 가진 모습을 모두 보여 꼭 인정받겠다”는 신인다운 각오를 내놨다.

일찌감치 성인대표팀에 자리를 잡은 기성룡(서울)과 청소년대표 시절 함께 활약했던 박현범은 포지션 라이벌이기도 한 기성용에 대해 “경쟁의식 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함께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습생으로 시작한 프로 생활 4년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배기종의 소감 역시 남달랐다. 이리 동중학교에 재학중이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보면서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는 배기종은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뽑혀서 놀랐다”면서 “힘들게 여기까지 온 만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올림픽대표로 활약했으나 2008 베이징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부상으로 낙마한 이상호 역시 남다른 각오를 내놨다. “지난해 올림픽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에 월드컵이라는 좋은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고 입을 뗀 이상호는 “이번에는 꼭 좋은 일이 생기도록 하겠다”는 말로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대표팀의 붙박이 미드필더로 자리잡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또 기존 대표선수들과의 경쟁에 대해 “일단은 배운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겠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최전방에서 적극적인 수비를 해주고 많은 활동량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찬스는 올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소집 훈련을 하루 앞둔 25일 추가 발탁된 김형일은 “여전히 떨린다”면서 “신중하게 준비하겠다”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8일 북한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가 선발로 나선 가와사키 프로탈레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2차전(1-1 무승부) 활약이 바탕이 되어 추가 발탁된 것 같다고 밝힌 김형일은 “정대세와는 자신있다”면서 북한의 최전방 원톱 공격수 정대세 마크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보였다.<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