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예술감독 최치림)이 정통희랍극에 춤과 음악을 더한 유례없이 화려한 난장(亂場)무대로 새 봄을 맞는다. 4월4일부터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새’를 한국적으로 번안한 ‘새-새(New Birds)’가 그것이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서양 최초의 위대한 희극작가. 기원전 414년 고대 그리스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초연한 ‘새’는 고대 아테네는 물론 현재의 모든 도시에도 적용되는 신랄한 풍자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두 메데아’로 제19회 카이로 국제실험연극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한 임형택(연극) 서울예대 교수가 번안, 연출했고 송현옥(연극영화) 세종대 교수가 드라마투르기를 맡았다.

또 원일(음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음악감독을 맡아 박재록씨가 작곡한 16곡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현대무용가 최상철(무용) 중앙대 교수가 안무를 맡아 화려한 율동을 선보인다. 백성희, 이승옥, 오영수씨 등 원로를 비롯해 이상직, 서상원, 계미경, 곽명화씨 등 국립극단 배우 20여명과 25명의 합창단 및 현대무용가들이 출연, 무대와 객석을 날아드는 플라잉 시스템 등을 이용해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해오름극장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가히 초대형 뮤지컬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24일 오후 국립극장 종합연습실에서 진행된 리허설은 합창단과 다양한 무대기법, 영상이 빠진 부분연습임에도 불구, 한국적 난장으로 옮긴 고대 그리스 희극의 흥겨운 신명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등록세, 소득세, 양도세, 취득세, 상속세, 증여세, 잡세, 십세, 세, 세…아, 파랑새! 그리고 그 놈의 법, 법, 법. 아! 법없는 곳에 살고 싶어”

장설득(서상원)의 한탄에 오희망(이상직)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으로 받는다.

“새도 없어. 황사에 매연가스, 고기연기에 화약냄새, 담배연기까지! 아, 숨쉬기 힘들어, 콜록콜록…그래서 우리가 떠나온 거예요”

세(稅)에 질리고 법(法)에 놀라고 차(車)에 치이고 매연에 숨이 막혀 도시를 떠난 두 사람은 한 때 인간이었던 새에게 제대로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새의 나라도 고충은 있다.

신들에게 핍박받고 있다는 것을 안 장설득과 오희망은 새들을 분기시켜 새의 나라를 건설하려 한다. 그러나 나라를 만들자 국회의원, 검사, 관료, 예언자, 야바위꾼, 파파라치 등 인간세상의 온갖 악덕들이 횡행하게 된다. 장설득은 신들과 싸워 새들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지만 결국 그들이 떠나온 나라와 다른 것이 거의 없다. 타락한 유토피아에 좌절한 오희망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간다.

소란스러운 전개가 꼭 판소리 마당놀이 같지만 대사의 전개는 고대 희랍극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화려한 춤과 노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못지 않아 보인다.

임형택 교수는 “고대 그리스 희극은 비극축제가 끝나고 축제에 참가했던 비극을 비롯해 당대 철학가, 정치가, 예술가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일종의 사회치유기능을 수행했다”며 “도덕관념을 초월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유머를 한국적 풍자극으로 옮겼다”고 번안, 연출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과연 허공에 새의 나라를 세우는 게 가능한가라는 문제제기를 통해 유토피아는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02-2280-4115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