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27일 최근 미디어관련법 상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이명박이 시키는 대로 하는 똘마니냐, 어떻게 그렇게 얘기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6·25 전시 납북자 진상규명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디어관련법 기습상정과 관련,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말을 대통령과 연관시키지 말라”면서 “나는 지도부가 아니어서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한나라당이 단합해야 하니 협력해서 지도부를 따라가자’는 말밖에 한 것이 없는데 언론에서 짜깁기를 했다”며 “대통령과 말하지 않은 지 몇달 됐다. 왜 자꾸 대통령과 연관을 짓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부의장은 또 “나는 이 대통령(당선되기) 전에 20년이나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며 70이 넘은 6선 의원이고, 사무총장을 비롯해 당4역을 거친 정치인”이라며 “중진으로서 역할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만사형결(萬事兄結·매사가 형님의 말에 의해 결론이 내려진다)’과 ‘상왕(上王)’, ‘형님대원군’ 등으로 묘사돼온 이 전 부의장은 미디어관련법 기습상정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처리 ‘속도전’을 배후에서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도부는 쟁점법안의 분리처리론을 제기했지만 이 전 부의장은 일괄처리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날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는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관련법 22건을 직권상정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