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 종로구 혜화동주교관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고 있는 모습.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선종했지만 김 추기경의 각막이식으로 2명의 환자는 ‘새 빛’을 얻었다.

18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따르면 17일 오후 2명의 70대 환자가 김 추기경이 기증한 각막을 한쪽씩 이식받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17일 오후 2명의 환자에게 김 추기경의 각막을 이식했다”면서 “간염 같은 전염성 질환이나 암, 과거에 심한 수술을 했던 경우 이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김 추기경의 경우는 각막 상태가 좋아 이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도움으로 빛을 얻은 환자는 어릴 적 사고로 50여년간 시력을 잃었던 A(여·73)씨와 30여년 전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었던 B(70)씨로 전해졌다. A씨와 B씨 모두 17일 오전 병원의 급한 연락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이날 오후 각막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9세 때 고향에서 과일을 따다가 나뭇가지에 오른쪽 눈을 찔려 시력을 잃었던 A씨는 1∼2m 앞의 사물만 분간할 정도의 시력인 왼쪽 눈 하나로 50여년간을 살아왔다. A씨의 아들은 “누구의 각막을 기증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감사한 마음뿐”이라면서 “수술 경과가 좋다고 하니 어머니가 눈을 뜨시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30여년간 한쪽 눈으로만 살아온 B씨도 가슴 벅차했다. B씨는 “30년여 전 일하던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서 왼쪽 시력을 잃었다”며 “5개월간 기다린 끝에 수술을 하게 돼 기쁘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그는 “큰 소망도 아니고 밥 먹고 일하는 것 같은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길 바랐는데 이번 수술로 시력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형수의 각막 이식 수술을 해 본 적도 있지만 그때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면서 “아무래도 거룩하게 사랑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과정에 있다”면서 “각막 기증자나 환자 모두 신원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김 추기경의 각막이 누구에게 이식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동철·이용권기자 hhand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