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고령에 접어든 1970년대 후반 이후 당뇨와 류머티스 관절염, 전립선비대증 등 각종 병마와 싸워오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종에 앞서 입원했을 때는 물론 그 이전부터 장기간 김 추기경 진료를 맡았던 서울 강남성모병원 관계자들은 17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초인적인 김 추기경의 생전 모습을 전했다. 이들은 “김 추기경을 진료하고 간호했던 사실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김 추기경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고 병마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주치의인 정인식(소화기내과) 교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추기경께서는 신장결석을 앓아왔다”며 “한 번은 통증이 심한 데도 강연을 강행해, 계속 강연장 뒤에서 주사기를 들고 대기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강연을 마치고 추기경께서 힘들어하시기에 차를 드렸더니 ‘이 강연은 중단할 수가 없었다’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김호연(내과) 교수는 “추기경께서 손을 특히 많이 사용하셔서 약 7년 전부터 양쪽 손에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왔다”며 “(그 정도 상태면) 악수를 할 때 상당히 힘든데 (김 추기경은) 먼저 손을 내미시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추기경은 장기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원 관계자들에게 농담도 할 정도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정 교수는 “어느 날 추기경께서 ‘나 조금 괜찮은 진단명 하나 좀 붙여줘. 노환이라는 게 진단이 아니잖아. 내가 병원에 있어도 되는 진단명 하나 붙여줘’라고 농담을 하셨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추기경께선 의식이 없는 상태거나 생명연장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에는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마지막 순간 약간의 고통은 있었지만 당신의 뜻에 따라 진통제나 다른 주사제 처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용권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