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강남을 제외한 서울이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자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교육계에서 유력한 견해는 강남, 목동, 중계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 트라이앵글은 사교육 활성화 등에 힘입어 성적이 좋았지만 여타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평균 점수가 나빴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교육정책이 우수학생들에 대한 지원에 집중되면서 전체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자성론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분석은 이와 다르다. 고교연합고사 폐지 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와 학력증진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는 데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교사와 학생들이 평가에 무성의하게 임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학력신장에 능력을 발휘한 교원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했고, 교육격차해소 사업이 학력 증진과 이어지지 못했다고 자체 진단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우선 학생들의 학력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학력증진을 위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학생지도가 모자랐다는 점을 들고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교과별 학업성취 정도를 서술식으로 입력함에 따라 객관적인 학력 수준이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1998년 고교 연합고사가 폐지된 뒤 10여년간 전국단위의 시험이 없었다는 점도 학력 부진의 유력한 원인이 되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연합고사 폐지 뒤 객관적인 평가자료가 부족한 데다 상대적인 비교가 통제됨에 따라 효과적인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교육시민단체가 반대하는 가운데 치러진 평가에서 학생과 교사의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도 시교육청이 파악하는 성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다. 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의 답안지를 점검하며 응시태도를 확인한 결과 무성의한 응시태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무성의하게 시험을 치른 가장 큰 이유가 생활기록부에 점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학력 신장에 역량을 발휘한 교사에 대한 보수와 인사상의 인센티브가 없었다는 점도 중시하고 있다. 교원 전보기준이 희망과 거주지 중심으로 이뤄지고 성과금을 지급할 때 학력신장을 위한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터에 교원이 학력신장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