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국가통신망) 사업이 2년 넘게 표류하면서 제때 통신망을 교체하지 못해 속앓이하는 기관들도 적지 않다.

국가통신망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00년부터 독자적으로 통합지휘망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경찰의 경우 사업을 시작한 지 8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전국망을 완성하지 못했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의 경우에도 지난 2005년 통신시스템 내구연한 20년을 넘겼지만 아직까지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관할의 가덕지구대에는 경찰관이 외부 근무시 휴대전화를 지참해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늘었다. 관내 지역에 경찰 무전기의 불통구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관할 163개 이 중 15개 이 가량이 난청지역이다. 주요 시설인 대청댐 부근도 무전이 잘 안되는 곳 중 하나다.

이처럼 가덕지구대 내에 난청지역이 많은 것은 종래에 사용하던 VHF 통신망을 TRS로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000년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4개 광역시를 시작으로 디지털 TRS 중 유럽표준인 TETRA 방식으로 국가통신망 구축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7년 이후 중단되면서 경찰도 지휘망 구축을 절반만 진행한 채 손을 놓게 됐다. 이로 말미암아 가덕지구대가 있는 충북을 비롯, 강원, 충남, 경남·북, 전남·북 등 8개 지방청은 기존의 VHF 방식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TETRA와 VHF로 경찰 무선망이 이원화돼 있기 때문에 통합망은 실제 통합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시위 때는 서울로 파견된 지방청 소속 경찰 병력에게 TETRA용 무전기를 별도로 지급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TETRA로 전환할 예정이기 때문에 VHF 통신망이나 통신기기에 대한 투자도 중단된 상태다. 난청 지역이 있어도 중계기를 추가로 설치할 수도 없고, 사용 중인 무전기 전부가 내구연한(5년)을 넘겼지만 교체도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가덕지구대처럼 휴대전화를 갖고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사업 추진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국가통신망 사업이 재개될 때까지는 문제가 있어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