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 K씨의 성폭력 사건과 이석행 전 민노총 위원장의 도피 과정에서의 ‘범인 은닉’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건 실체 규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행보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 A씨측의 지난 5일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의 성폭력 은폐·무마 및 피해자에 대한 ‘허위진술 강요’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민노총 간부의 성폭행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김청현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지난해 12월5일 도피 중인 이석행 전 위원장이 피해자 A씨의 집에서 체포되자 검찰은 경찰 수사 지휘를 통해 A씨 등의 범인 은닉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전교조 소속의 S씨가 A씨에게 은닉을 부탁하고 전교조 부위원장 박모씨도 이 전 위원장 은닉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최근 이 중 박씨, S·A씨 등 4명에 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입건하라며 경찰에 보강 수사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일단 범인 은닉 과정에 누가, 어떤 형태로 관여했는지 파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번에 폭로된 성폭력 은폐 및 피해자 A씨에 대한 허위 진술 강요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전교조 소속 S씨는 성폭력 가해자 K씨 등과 함께 피해자 A씨에게 “(민노총과 전교조 간부의) 부탁을 받고 도피를 도운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도와 준 것”이라고 허위 진술을 강요한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은폐 의혹을 수사하게 되면 민노총 간부 및 민노총을 대리해 무마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외부 인사’, 역시 은폐 의혹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교조 간부 등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충남·김백기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