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재개발 제도개선방안’관련 기자회견에서 제도개선책을 발표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정부가 10일 발표한 ‘용산 참사’ 후속 대책은 세입자 지원과 지자체·건물주에 대한 책임 강화 등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참사의 근본 원인이 생업과 연결된 상가 세입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만이 극단적 형태로 표출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행 제도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입자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재개발 조합의 전횡을 막기 위해 투명성·책임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개선안은 이르면 2월 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 보상·재정착 지원 = 정부는 상가세입자와 주거세입자를 구분, 일단 ‘용산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상가세입자에 대한 휴업 보상금 지급 기준을 현행 3개월에서 4개월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휴업 보상비는 56평 음식점의 경우 3개월치 1억1000만원 정도가 지급돼 왔다. 또 현행 제도에서는 세입자가 상가 등에 대한 분양권이 없기 때문에 재정착이 어렵다고 판단, 재개발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에 한해 세입자에게 분양권을 우선 부여하기로 했다. 주거 세입자에 대해서는 이주단지를 확보한 뒤 개발에 들어가는 ‘순환 개발’ 방식 도입을 적극 검토, 영세민의 주거권을 최대한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주택공급 역할을 맡고 있는 SH공사가 임대주택을 집중 건설하는 방식으로 주거 세입자에 대한 이주단지를 마련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는 핵심쟁점인 상가 권리금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도태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세계적으로 권리금을 인정하는 국가는 없고, 객관화도 힘들다”면서 “다만 감정평가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에 감안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건물주 책임 강화 = 정부는 재개발 사업의 투명성도 제고하기로 했다. 재개발 사업이 그동안 재개발 조합과 건설사간 계약을 통해 이뤄지면서 사실상 저소득층이나 영세민이 개발이익에서 소외돼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조합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온 회계감사 기관 선정작업을 지자체장에게 넘기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또 지자체장이 직접 감정평가사를 선정하되 계약은 조합이 맺도록 한 현행 제도를 개선, 지자체장이 계약까지도 직접 수행하도록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합이 일괄적으로 부담하던 세입자 보상금도 건물주가 일부 부담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안도 집중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해당 지자체에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