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자신의 연기에서 아쉬운 점을 조목 조목 짚는 순간에도 박용하(32)는 분명 즐거워보였다. ‘작전’(12일 개봉) 언론시사 이후 쏟아진 호평의 힘인 듯했다. 요지경같은 주식시장과 돈에 대한 한국사회의 태도를 짜임새 있게 보여주는 스릴러 ‘작전’에서 단타매매의 귀재 강현수를 맡은 박용하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 프레이저 스윗츠에서 만났다. 신인 이호재 감독의 데뷔작인 ‘작전’에는 박용하와 함께 박희순, 김민정, 김무열 등이 출연한다.

―시사 전 다른 작품보다 특별히 떨린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는지.

“글쎄말이다. 드라마가 쉽다는 뜻은 아니지만 영화는 아직 내게 엄하고 어려운 상대인 것 같다. 한국 영화에서 처음 써보는 소재이고, 솔직한 얘기로 잘됐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렇다. (웃음)”

―결과물을 보고 안도가 좀 됐을듯 하다.

“안도는 웬걸. 시사날 저녁에 술먹었다. 처음 보는거라 전체적으로 볼 수는 없었고 내 연기의 아쉬운 점만 보였다. 현장에서 감독님도 오케이하고 괜찮은 것 같았는데 영화로 보니 약해보이는 연기가 있었다. 영화가 칭찬을 받더라도 내 연기에 대한 칭찬을 듣기는 ‘글렀다’는 생각도 했다. (웃음) 내가 자꾸 아쉬운 점을 얘기하니까 (박)희순이 형이랑 동료들이 아니라며 자꾸 좋은 점을 얘기해주더라. 더 불안해졌다. ‘혹시 이거 위로인가’하면서. (웃음)”

―현수의 최종 목표인 10억원은 어찌보면 소박하다.

“현수가 가장 크게 생각할 수 있는 액수이다. 소심하고 욕심을 내도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황종구(박희순)와 조민형(김무열)은 100억원을 200억원을 만들 꿈을 꾸지만 현수는 아무리 욕심을 내도 소시민인 것이다. ”

―박용하의 목표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일까. 그리고 ‘한방’이 있다면.

“기왕 꿈이니까 크게 불러 1000억원. 사실 나의 한방은 딱 하나다. 배우로 인정받는 것. 가령 ‘배우 박희순’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안해도 다들 어떤 배우라는 점을 잘 안다. 설명이 필요없는 배우로 인정받는게 나의 유일한 한방이다. ”

―‘한류스타’라는 수식이 따라다니는데 이런 명칭이 불편한 점도 있나보다.

“지금은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이지만, 낯간지럽다. 괜찮다가도 혼자 낯뜨거워 머리를 긁적거린다. 활동을 하다 만들어진 것이니 그것도 나다. 또 나의 5~6년 일본 생활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해서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름보다 실력으로 위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주식은 전혀 안한다고 했는데 영화하면서 관심을 좀 갖게 되진 않던가.

“성향인 것 같다. 약속 어음, 관심 없다. 만약 100억원을 어음으로 주겠다고 하면 거절하고 그의 반의 반이라도 현금을 택할 것 같다. 무조건 원금보장형, 작은 이율이라도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적금이 좋다.”

―한방과 몰락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연예계는 주식시장과 비슷해 보인다.

“외부에서 보기엔 그런가보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그나마 정해진 룰이 있고 법의 보호도 받는다. 산술적으로는 공정한 곳이다. 연예계에는 정해진 룰이 없이 엿장수 마음대로다. 연예인들이 많이 버는 것 같아 보이지만 뜬다해도 몇년동안은 스타로 만들어놓은 기획사의 뜻대로 움직여야한다. 오래 스타로 산 연예인은 꾸준히 돈을 벌겠지만 좀 심한 경우는 1억원을 벌어 1000만원을 쥐는 경우도 있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 김수진 ATLAS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