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건 반도체업계의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세계 D램 5위 업체인 키몬다가 23일 파산선고를 해 향후 시장향배에 경제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세계 D램 1위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 9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반도체 업황이 최악에 이른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뒤쫓던 경쟁업체들은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대방이 사업철수를 선언할 때까지 출혈경쟁을 멈추지 않는 생존게임(일명 ‘치킨게임’)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D램 시장은 지난 2006년 하반기(7~12월) 이래로 지금까지 사상 유례없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키몬다의 경우 세계 D램 시장에서 9.8%의 점유율을 갖고 있어 파산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D램 시장의 공급과잉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키몬다에 이어 대만 D램 업체들의 자금 사정도 급속히 악화돼 파산선고를 하는 ‘제2의 키몬다’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타도’를 외쳐온 대만 D램 업체들 중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 규모를 능가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4분기 실적을 공개한 대만의 대표 D램 업체 가운데 하나인 난야의 영업손실률은 무려 100%를 넘어선 105.6%를 기록했다. 미국 마이크론과 난야의 D램 합작사인 이노테라는 4분기에 매출 82억5300만대만달러와 영업손실 47억8200만대만달러를 기록, 57.9%에 달하는 영업손실률을 나타냈다.

세계 D램 3위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의 영업손실률은 47.9%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 이래로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에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으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원가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적자 폭은 훨씬 적은 수준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영업손실률은 14%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업계 수준 이상으로 투자하고 생산량도 증산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어서 치킨게임이 끝나고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