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경제 위기로 인한 폭동과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점점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조기 총선까지 검토되고 있다. 시위가 동유럽뿐만 아니라 그리스, 일부 서유럽 국가들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자 유럽 정상들은 오는 3월 열리는 유럽연합(EU) 지도자 정례회의에서 긴급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 아이슬란드, 조기 총선으로 가나 =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아이슬란드에서는 최근 시위대가 수도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시위대들은 22일 의사당 건물에 돌을 던지거나, 정부종합청사 입구에서 게이르 하이데 총리 차를 가로막고 계란 세례를 퍼부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가운데, 경찰 2명이 시위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난하며 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경제는 지난해 통화 가치 하락과 은행들의 대외 부채 증가로 국가 경제 붕괴 직전에 처해 IMF에 SOS를 보냈다. 시위대의 조기 총선 요구에 정계도 동참하면서 조기 총선 가능성이 무게를 얻고 있다. 하이데 총리가 속한 우파 독립당과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연합의 당수인 잉기브조르그 기스라도티르 외무 장관은 “올봄 조기 총선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가능한 한 하이데 총리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높은 실업률, 경제 파탄이 원인 = 그리스 전역에서도 농민 8000여명이 22일 고속도로를 차단한 채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전국의 고속도로 대부분이 마비가 됐다. 농민들은 세금 환급과 생필품 가격 폭락을 상쇄할 수 있는 무이자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농업부는 이번 주말까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나 세금 환급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도 정부의 긴축 경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라트비아에서는 지난주 1만여명이 높은 실업률과 경제 파탄에 항의해 의회 점거 농성을 벌였고, 불가리아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수도 소피아에서 경찰과 충돌해 차량과 건물이 파손됐다. 21일에는 교사, 학생, 의사, 공무원들이 사회당 정부가 부정부패로 EU의 경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EU의 한 관계자는 “경제 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3월 정례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68년 유럽을 강타했던 폭동의 물결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해 각국 정부들이 긴밀히 정보를 교류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