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일 녹색기술산업,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가치 서비스산업의 3대 분야 17개 세부 테마로 구성된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그 가운데서 필자의 눈에 처음 확 들어온 것들은 첨단 융합산업과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이다. 바이오(BT), 정보통신(IT), 나노(NT), 기술이 결합된 ‘BINT’ 융합기술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IT 기술과 산업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차세대의 먹을거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BT, NT, IT 각각의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하고자 하는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들을 융합한 분야에서는 투자 대비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KAIST의 서남표 총장은 “새로운 발견과 가치 창출은 학문과 학문의 경계에서 나온다”며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휴대전화기를 보자.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산업 제품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세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새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누구나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안전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 돈을 더 지불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다. BINT 융합기술을 활용하면 바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 구상이 가능하다.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인체 유해물질을 검출하는 센서를 만들고, 이를 나노기술을 이용해 휴대가 간편하도록 초소형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바이오 센서칩을 IT 기술의 결집체인 휴대전화나 휴대단말기에 꽂아 무선통신이 가능한 유해물질 검출 시스템을 개발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먹을거리의 안전성 시험이 가능하고, 국가적으로 서버를 통한 데이터 관리도 가능해진다. 이는 생산자·유통자·소비자와 국가 모두가 관심을 갖는 시장성이 큰 제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상은 겨울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독감과 조류독감의 조기 경보 시스템, 군사작전 시 생화학무기 검출 로봇 시스템, 당뇨 등 만성질환의 실시간 진단 조치 시스템 등 무궁무진한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건 의료 쪽으로 융합기술의 미래를 더 확장해 보자. 우선 무엇이 인류를 위협하는가. 유전질환, 만성질환, 뇌질환, 감염질환 등 바이오 및 의학의 발전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대상이 많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치매, 파킨슨병 등 뇌질환 하나만 보더라도 의학·과학·공학을 융합하면 조기진단부터 치료 기술 개발까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BINT 융합기술을 토대로 한 U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면, 질병의 치료라는 전통적인 관점의 의료 서비스에서 질병의 예방과 건강의 지속적인 관리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또한, 건강관리와 질병관리가 병원에 국한되지 않고 개개인(환자)의 생활 공간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한 산업화 기술 개발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며, 여기에 첨단 융합기술이 동원될 것이다. 이러한 첨단 의료 시스템의 혜택을 보기 위해 외국으로부터의 원정 치료도 이어질 것이며 이는 바로 국부 창출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첨단 융합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을 발굴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 골고루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교육과 달리 첨단 기술의 개발에는 2등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제대로된 연구팀의 창의성을 결집,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개발을 위해 도약할 때다.

[[이상엽 / KAIST 특훈교수, 생명과학기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