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체형을 두고 ‘팔등신’이라고 칭하는 용어가 생기게 되었다. 해부학에서나 사용될 법한 이 수학적인 단어를 대중들은 아주 멋진 몸매를 가진 사람들을 향한 칭찬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래를 살펴보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푸스의 12신 중 한 명인 미(美)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몸매를 두고서 처음 팔등신이라는 말이 생겼다.

한편 우리들에게는 팔등신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대부분 얼굴이 작기만 하면, 혹은 얼굴이 신체의 8분의 1이라는 도형적인 기준에 맞기만 하면 팔등신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좀 틀린 것이다. 회화나 미학적인 기준에서 팔등신이라고 하면 가슴 선이나 무릎, 팔의 길이, 어깨와 목의 위치 등 제법 복잡한 기준이 있다. 이렇게 팔등신의 조건이 까다로운 연유로 팔등신을 두고서 신이 내린 몸매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신화의 주인공들이 서구인들인 만큼 팔등신이라는 체형도 서양인들만의 체형으로 비쳐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많은 서양 영화들을 통해서 얼굴이 조그맣고 긴 다리를 가진 팔등신 미인들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팔등신을 서구인들과 연관지을 수밖에 없다. 동양인의 신체특성상 7등신만 되어도 제법 늘씬하고 멋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동양인들에게 팔등신을 꿈꾼다는 것은 마치 기적을 바라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완벽한 팔등신이 아주 없을까?

한채영. 그녀가 바로 감히 한국인의 팔등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작가가 신인 때부터 지켜 보아왔던 배우였는데, 그녀가 이처럼 팔등신에 가까운 완벽한 몸매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전에는 그녀를 단지 화려하게만 보았다. 사실 화려함이란 외모의 단순한 치장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함은 독특한 얼굴 분위기와 품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신인시절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도무지 신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보였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런 화려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난히 크고 맑은 눈망울 때문에 별을 뿌려놓은 듯이 반짝반짝 빛이 났었던 것 같다. 과장된 이야기같지만 신인이 이만큼 화려하게 보였던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의 신인들은 수수하고 뭔가 부족한 느낌, 그야말로 신인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는데, 한채영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서 그 당시에는 왜 팔등신의 수려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다른 모든 것이 성형으로 가능한 세상이 되었지만, 여신을 닮은 멋진 몸매는 신(神)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매력은 바로 체형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맞다. 멋진 체형이 있고 그 다음 얼굴의 표정이나 이목구비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것이 순서이다. 한채영과 같이 완벽한 체형을 가진 배우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오래도록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배우로서 존재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iconstudio@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