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에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시청자 민원이 접수됐다. “외국인 여성 출연자가 ‘남자의 작은 실수를 용서할 수 있으나, 다른 여자와 ××하는 등의 큰 실수일 경우에는 ‘커트’한다’고 발언하고, 연예인 패널이 ‘정말 몸까지 갔다 오는 건 커팅해야죠’라고 말함.

또 코 길이가 ‘그 길이’와 상관있다는 속설에 대해 대화하던 중 진행자(남희석)가 ‘이건 틀린 얘기네요. 저는 코도 크고 손도 큽니다’라고 말함.” 방통심의위는 같은 달 28일 심의를 열어 “편집 과정에서 성과 관련된 단어를 효과음으로 처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에서 성기를 연상시키는 내용을 소재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향후 소재 선정과 방송언어 사용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의견을 KBS측에 전달했다.

‘미수다’가 최근 수개월 동안 막말과 반말 등 출연자들의 거친 언어사용과 자극적인 소재 등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또 2년 넘게 진행된 ‘미수다’가 외국 여성들의 눈을 통해 한국문화를 살펴본다는 기획 의도를 벗어나 갈수록 흥미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되는 ‘미수다’는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시간대 절대 시청률에 비춰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수다’의 프로그램 개선에 대한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미수다’에서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외국인 여성출연자 A씨는 ‘차 안에서 화장하기’를 소재로 얘기하던 중 “눈썹을 그리다 ‘눈×’을 쑤시고…”라고 말했고, B씨는 ‘유부남의 접근을 받아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기러기 아빠가 물건 사주고 친구하자고 했다. 그래서 니가 뭐야 니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C씨는 자신의 한국어 일기를 소개하면서 “술 취합니다. 사망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서투른 한국어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해도, 속어와 반말, 비문법적인 언어들은 방송에서 최대한 가려써야 할 텐데 (제작팀의) 그런 노력이 없는 것 같다”는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항의글들은 KBS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다.

한 시청자는 “공영방송에서 (외국인 출연자라고 해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 반말지거리를 하고, 심지어 욕까지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서 시청료 받아가나”라고 썼다. 다른 시청자는 “한국인 게스트가 방송에 나와서 외국인을 상대로 ‘먹혀요(반응이 좋아요)’ 같은 속어를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다른 시청자는 “‘미수다’ 막장 방송이다. 술, 나이트, 남자 ‘꼬시기’ 등 소재로 ‘처먹는 거(먹는 거)’ 같은 막말이 쏟아졌다”고 비판했다. 출연자들의 노출 의상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 문제를 지적하는 글도 적지 않다. 한 시청자는 “‘미수다’가 당초의 프로그램 취지대로 한국의 의식주 문화를 외국 문화와 비교해 다루면서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방송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