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소화기센터 의료진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효율이 높은 첨단 내시경 장비를 이용해 대장내시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일반적으로 소화기에는 식도, 위, 소장, 대장, 간, 담도 및 췌장 등의 광범위한 장기들이 포함된다. 내시경은 위와 대장 등의 소화기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돼왔다. 소화기질환 치료에서 근래 들어 가장 큰 변화는 질병진단 목적으로 사용돼 온 내시경을 수술 도구로 발전시킨 것이다.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소화기센터는 이러한 내시경수술을 지난 1980년대 초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고, 이 분야에서 국내 의료 수준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했다.＜시리즈 끝＞

◆ 1982년 국내 첫 도입 = 소화기질환 내시경수술은 국내의 경우 지난 1982년 식도정맥류(간경변증 환자가 식도 핏줄이 터져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는 증상) 환자를 내시경으로 치료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84년에는 초기 위·식도암을, 1992년에는 위 정맥류를 내시경으로 수술했다.

특히 일본에서 개발돼 위암수술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점막하절제술도 1990년대 중반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내시경 끝에 달린 전극의 고주파 열을 통해 암세포를 태워 잘라내는 수술법인 내시경 점막하절제술은 배를 열지 않아 흉터가 없고 위장을 잘라내지 않아 시술 다음 날부터 식사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널리 시술되고 있다.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훈재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1999년 영국 내시경 분야 권위지 ‘벨리어의 베스트 임상과 연구’에서 위 내시경 분야 ‘세계 최고 명의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새 내시경수술법 전망 밝아 = 내시경수술에서 앞으로 주목받는 것은 캡슐내시경과 ‘노츠’다. 캡슐내시경은 2002년 고려대의료원이 처음 도입해 그동안 일반 내시경으로 진단이 어려웠던 장출혈 궤양이나 염증성 장질환 등 소장질환을 정밀진단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환자가 캡슐내시경을 물과 함께 삼키면 항문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6~8시간에 걸쳐 초당 2장씩 모두 5만장의 소화기관 영상사진이 전송돼 환자의 정확한 소장상태를 알 수 있다.

노츠(NOTES: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는 구강,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 복강 내로 접근해 수술을 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며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최초로 동물실험을 시작했다.

전훈재 교수는 “이 수술법은 내시경을 통한 흉터 없는 효과적인 시술법으로 기존의 피부절개를 통한 외과적 수술의 합병증을 줄여 고도비만환자나 수술 후 합병증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임상적으로 매우 유용할 것으로 전망돼 차세대 위장질환 수술법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 간 질환자 감소세 = 간 관련질환 중 간염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발생률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으며, 간암도 조기진단과 최신 치료법이 활발히 적용되면서 치료성적이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소화기센터의 간암클리닉에서는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간염 또는 간경변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혈액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또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있다.

또한 간암으로 진단된 환자들의 상태에 따른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해 수술적 절제, 경동맥 화학색전술뿐 아니라 고주파 소작술, 냉동요법 및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최신의 간암치료법을 도입, 세계 일류 수준의 진료를 하고 있다.

◆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각광 = 최근 말기 간암 치료를 위해 간암 종괴로 통하는 간동맥에 방사성 동위원소인 이트륨(Yttrium-90)을 주입, 치료하는 기술도 도입해 시행중이다. 특히 이 치료법은 지난해 12월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간암치료팀이 국내 최초로 도입, 말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실시해 주목을 받았다.

엄순호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간암클리닉 교수는 “암조직의 원인, 크기, 위치, 수 등과 관계없이 간에 있는 악성종양에만 고용량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주변 정상 간조직에는 손상 없이 악성종양조직만 파괴한다”며 “따라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치료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치료 횟수도 10회 이상이던 기존 색전술에 비해 1~2회에 국한되어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 절제불가능 말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