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 111개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이 오는 23일 안에 가려진다. 설 이전에 자금을 지원해 살릴 기업과 퇴출기업을 골라내는 ‘옥석 가리기’가 이뤄짐으로써 부실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6일 오후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소집, 92개 건설사와 19개 중소 조선사를 우선 평가해 16일까지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고, 늦어도 23일까지는 구조조정 대상을 최종 확정하도록 통보했다고 7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건설사의 경우 개별기업 기준으로 주채권은행의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 금융권의 총 채무액 500억원 이상인 300여개 건설사 중에서 시공능력 상위 기업이 1차 실사대상으로 선정됐다.

또 조선사는 주채권은행의 신용공여액이 50억원 이상인 50여개 조선사 중에서 경영난을 겪는 곳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은행들은 이들 회사를 세부 평가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긴 뒤 4개 등급으로 나누게 되고, 이중 부실징후기업(C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고 부실기업(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감원은 1차 선정작업이 끝나면 나머지 210여개 건설사와 30여개 조선사로 평가를 확대해 3월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연합회 주도의 태스크포스(TF)팀이 마련한 평가 기준과 평가 자료의 신뢰성에 일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구조조정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상장사의 경우 2008회계연도 3분기(7~9월)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갖고 재무상태를 평가하지만 비상장사는 기업의 내부 가결산 자료를 활용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비상장 중소 조선·건설사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내부 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대상기업 결정 기준에 경영진 평판과 소유·지배구조, 업계의 향후 전망 등이 포함돼 주채권은행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업의 생사 여탈권을 주채권은행에 맡긴 데다 올 하반기 이후에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마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은행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구조조정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 금융회사 간의 조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C&중공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놓고 은행들과 보증을 선 보험사 간에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감원은 이같은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지난해 말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를 확대하고, 위원장 선임을 곧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을 분류하고 다른 채권금융기관과 이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1월중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