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장수의 세계적인 대가인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로부터 최근 흥미 있는 연구 결과를 들었다.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의 차이는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가 많고 적음에 있는 게 아니다. 젊은 사람의 세포도 끊임없이 늙어가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서도 젊은 세포는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면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포의 환경과 배열(매트릭스)이다. 즉, 각 세포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세포 간의 상호작용이다. 젊은 사람 몸에는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가 적절하게 섞여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세포가 중심 위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나이 많은 사람 몸에서는 늙은 세포가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젊은 세포는 곁으로 밀려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이 논리를 기업 조직에도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젊은 기업과 늙은 기업의 차이는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이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늙어가고, 늙은 기업도 젊은 신입 사원들을 끊임없이 채용한다. 그러면 젊은 기업과 늙은 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각 기업 구성원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이다. 젊은 기업 조직에는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이 적절하게 섞여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사람이 중심 위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에 늙은 기업 조직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젊은 사람은 곁으로 밀려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늙은 기업을 젊은 기업으로 바꾸는 일은 의외로 간단해진다. 즉,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을 적절하게 섞은 다음, 젊은 사람에게 핵심적인 역할을 맡기면서 나이 많은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젊은 사람이고 누가 나이 많은 사람인가. 주민등록번호가 3, 4, 5로 시작되는 사람은 나이 많은 사람이고 7, 8, 경우에 따라서는 9로 시작하는 사람은 젊은 사람인가. 새뮤얼 울만의 ‘청춘’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의 청년보다 60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먹기에 따라 싱그러운 청춘이 될 수도 있고, 과거에 집착하는 노인이 될 수도 있다.

창업을 해서 30년간 기업을 운영해오고 있는 어느 지인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왔다. “나는 젊었을 때나 늙은 지금이나 질풍노도같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창업초기에는 이것이 잘 먹히더니 지금은 잘 안되네요.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젊었을 때에는 젊은이답게 미래에 대한 진취적 자세로 질풍노도같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나이가 든 다음에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질풍노도같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어느 부하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에게 두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충고해주었다.

첫째는 젊고 진취적인 사람들에게 핵심 부서를 맡겨서 미래를 향해 기업을 이끌어가게 하고, 나이가 많은, 그러나 지혜를 가진 선임 경영자들은 젊은 경영자들과 섞여 지내면서 곁에서 충고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새뮤얼 울만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타는”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로 스스로를 탈바꿈하라.

[[조동성 / 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