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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이 있겠느냐만, ‘미스터 후회남’ 쩡광셴의 삶은 후회 그 자체이다. 입만 열면 사고요, 움직였다 하면 평지풍파를 일으키니 말이다. 중국의 대표적 신세대 작가 둥시의 소설 ‘미스터 후회남’은 급변하는 중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좌충우돌 살아가는 쩡광셴의 삶을 펼쳐내 보인다.

15살 소년 쩡광셴은 자본가 계급의 후손이다. 할아버지가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대가로 받은 창고에서 옛날 그의 집 하인이었던 자오씨 등과 함께 살아간다.

별 문제 없던 쩡광셴의 삶이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면서부터. 아버지 창펑은 사상교육을 받은 뒤 잠자리를 거부하는 아내 때문에 10년째 채워지지 않는 성욕에 괴로워하다 자오씨의 딸 자오산허와 관계를 갖는다. 광셴은 바로 이 장면을 목격한 것.

절대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광셴은 자오산허의 오빠에게 고자질을 한다. 결국 아버지는 홍위병에게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다.

그의 입이 일으킨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가 전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친구가 자살에 이른다. 그의 입은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문제를 일으키며 주변 사람은 물론 그 자신의 삶까지 구렁텅이로 끌고 간다.

게다가 그 와중에 광셴은 사촌누나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그녀를 기웃거리다 강간범으로 몰려 10년간 수감 생활을 한다. 출소. 하지만 10년 만에 돌아온 중국사회는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

소설은 이렇게 15살 소년이 한숨 폭폭 쉬며 후회하는 중늙은이가 되기까지 30여년의 삶을 뒤쫓아간다. 물론 그 삶을 잡아내는 프레임 속에는 자연스레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그리고 돈에 대한 욕망과 가짜에 허우적거리는 사회 등 중국의 근현대사가 휙휙 지나간다. 소설은 위화, 모옌, 수퉁 등 국내에서 이미 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현대 중국작가들이 익숙하게 보여주고 있는 현대 중국소설의 보편적 경향에 그대로 닿아있다.

중국 근현대사, 그 속을 살아가는 대단히 문제적이고 개성적인 개인 그리고 이를 담아내는 유머, 위트, 입담 넘치는 문체말이다. “별다른 의견이 없지, 아가씨? 그러면 이제부터 내 얘기를 슬슬 시작해보겠어”라며 시작되는 이 소설 역시 입담이 세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